'표대결 하자' 삼성, 일단 세게 나왔다

삼성 서초사옥 전경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손선희 기자]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간 수 싸움이 시작됐다.삼성이 엘리엇의 주주제안을 전면 수용, 다음달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추가하기로 했다. 삼성이 합병안을 놓고 '정면 돌파'를 택하자 표 대결에서 어느 정도 승기를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나머지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홈페이지(//www.samsungcnt.com)에 합병관련 설명자료를 공개하는 등 총 공세에 나섰다. 반면 엘리엇은 삼성의 지배구조개편은 인정한다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세 일변도의 전략수정에 나섰다. 19일 삼성물산 고위 관계자는 "엘리엇의 추가 안건 제안이 법적으로 일부 문제가 있어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지만 주요 주주인 만큼 이의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합병을 비롯한 추가 안건 모두 주총에서 표대결로 결정될 사안인 만큼 정면 승부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전일 이사회를 열고, 엘리엇이 요구한 현물배당 및 주총 결의로도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꾸는 정관개정 관련 2건을 다음달 17일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추가했다.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이 엘리엇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표 대결을 한 번 해보자'라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이 유리한 고지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물 배당'이라는 압박 카드를 수용했지만, 표 대결에서 삼성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판단되는데다 만에 하나 현물 배당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우선 가장 중요한 안건인 합병 승인의 경우, 3분의1이상 주주가 참석하고 참석인원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약 70% 주주가 참석한다고 가정했을 때, 3분의 2 동의를 얻으려면 47% 가량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현재 삼성이 확보하고 있는 내부지분과 우호세력(KCC)을 합치면 20% 가량이 된다. 엘리엇이 가진 지분은 7% 정도다. 10% 가량을 갖고있는 국민연금이 이렇다 할 뜻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따져봤을때 삼성 측이 표 대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엘리엇의 제안을 전면 수용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합병안이 가결되고, 엘리엇이 제안한 현물배당 정관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지지율을 얻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삼성이 손해볼 것도 없다. 엘리엇이 제기한 정관변경 안건은 현재 삼성물산에 대한 것으로, 신설 합병 법인에선 유효하지 않다. 그렇다면 합병안은 부결되고, 엘리엇이 제안한 안건만 통과됐을때 삼성에게 불리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삼성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행 상법상 주총의결만으로는 중간 배당과 현물 배당이 불가능하며, 이사회 결의까지 거쳐야 배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엘리엇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나머지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지속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날 홈페이지에 '합병 과정 설명자료'를 공개하고 합병비율 산정과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에 대해 설명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등은 현재 싱가포르와 미국 등을 방문, 직접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합병안 찬성을 요청중이다.엘리엇은 전날 보도자료를 배포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한다"면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반대의 입장을 밝히고 양사의 합병안에 대해서도 주주반대 운동을 계속할 뜻을 나타냈다. 엘리엇은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기존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진행 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가 모든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 이뤄져야 하고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주주들의 이익 또한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반대 운동의 일환으로 삼성물산, 제일모직의 합병안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도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영어와 한국어로 제공된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기업결합 신고를 승인했다. 엘리엇으로 인한 잡음은 있지만 합병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열사를 하나의 회사로 보기 때문에 이들간 합병은 경쟁제한성에 큰 변동을 가져오지 않는다"며 "원칙대로 간이심사절차를 거쳐 승인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또 "경쟁제한성 외에 다른 요인은 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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