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대상 말해줬다면 순창에 내려가지 않았을 것'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하루아침에 병든 어머니를 시골로 보낸 못된 아들, 며느리가 됐습니다."중동호흡기증후군(MRESㆍ51) 51번째 환자(72ㆍ여)의 아들 최모씨(48)가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달 11일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 같은달 21일 퇴원했다.문제는 그의 어머니가 고향인 순창으로 가면서 발생했다. 고향으로 가기 전까지 이렇다할 증세가 없었다고 그는 했다. 최씨는 "21일 퇴원 당시 담당의사와 상담을 하면서 '시골에 살던 분이라 아파트 생활이 어려워 고향에서 처방전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하는 등 의사와 상담을 거쳐 시골로 모시게 된 것"이라며 "격리대상이라는 이야기를 듣지도 못했다"고 말했다.그는 "28일에서야 질병관리본부에서 전화가 와서 어머니와 저희들의 건상상태를 물어보긴 했지만 그 때도 격리대상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면서 "격리대상이라고 했다면 어머니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환자는 퇴원 후 2주가 지난 4일 뒤늦게 발열 증세를 보여 홀로 동네(전라북도 순창)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격리병원으로 옮겨졌다. 최씨의 모친은 메르스 청정지역 순창에 감염병을 유입시킨 당사자로 지목됐고, 최씨는 한순간에 홀로 사는 어머니를 방치한 불효자가 된 순간이었다. 이처럼 보건당국의 느슨한 메르스 격리조치로 일순간 날벼락을 맞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격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뒤늦게 메르스 확진자로 확인되면 당사자는 여론의 뭇매를 맞는 형국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심야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삼성서울병원 의사(35번째 메르스 환자)도 마찬가지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고 맞섰지만, 이 의사는 주택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했던 지난달 30일 메르스 격리대상자가 아니었다. 보건당국은 35번 환자가 31일 스스로 보건소에 찾아가 메르스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지난 달 26일 중국으로 출국한 10번째 환자의 경우에도 출국 전 2차례나 보건소를 찾아가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는 것이 환자 측의 주장이다. 보건당국이 뒤늦게 격리대상을 확대하면서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대전에 사는 여성(57)의 경우 지난 6일 울릉도 여행 중에 경찰과 보건소 직원들에 의해 붙잡혔다. 여성은 지난 4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대전 대청병원에 무릎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보건당국은 이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3명 발생하면서 전날에야 격리대상자에 포함시킨 뒤, 위치추적 끝에 울릉도에 있는 이 여성을 찾아냈다이 여성은 다른 관광객들이 동승을 거부하는 바람에 행정선을 타고 울릉도를 떠나야 했다. 이 여성은 자신이 자택 격리 대상자인 것을 모르고 울릉도 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1번 환자의 아들 최씨는 "28일 전까지 (접촉자) 개개인에 대한 추적을 안하던 상황"이라며 "메르스 환자나 가족이 지역에서 죄인 취급을 받다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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