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미아동 캠퍼스, 원로·중진작가 기증 작품 '군집 미술관 교실' 프로젝트
유휴열 작품
구자승 작품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대학교 강의실이 미술관처럼 꾸며진다. 강의실 안에는 작가의 작품과 작업도구, 도록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원로 작가 열한 명이 작품을 기증해 강의실 열한 곳이 군집미술관 형태로 탈바꿈하게 된다. 국내 최초의 '신개념 미술향유 프로젝트'라 할 만하다. 서울 미아동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얘기다. 이 대학에서 다음달 14일부터 11월 13일까지 6개월간 '캠퍼스뮤지엄 군집미술관 초대전'이 열린다. 초대작가에는 김영재(서양화가·86), 전뢰진(조각·86), 민경갑(한국화·82), 최만린(조각·80), 제정자(서양화·78), 최예태(서양화·76), 구자승(서양화·74), 전준(조각·73), 류민자(서양화·73), 유휴열(서양화·66) 등 원로 및 중진작가 11명이 참여한다. 총 100여점이 비치된다.지난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58)은 "지난 2011년 미아동 운정그린캠퍼스를 설계할 때부터 층고 등을 규모를 키워 갤러리 분위기를 띨 수 있도록 했다. 이미 복도나 계단엔 작품들이 비치돼 있다. 학생들이 '저절로 힐링이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인성보다는 취업에 용이한 기능교육이 강요되는 사회에서 학생들은 감성적으로 메마르고 각박해져갈 수밖에 없다. 이 프로젝트가 학생들에게 미술향유와 힐링이 되고, 작가들에게는 전시, 관리, 홍보가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미술대중화의 한 모델로도 제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홍보영상 중 일부. 캠퍼스 강의실 뿐 아니라 복도, 계단에서도 미술작품들을 감상할수 있다.
이처럼 강의실에 화가나 조각가의 작품을 직접 전시한 예는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주로 자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운영하는데, 특히나 '작가 한명-강의실 한 곳'의 군집미술관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독특하다. 강의실 문패에도 해당 작가의 이름이 들어간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주관한 김영석 마니프조직위원회 대표는 "몇 년 전 어느 노화가가 작품이 자신의 작품을 몇 점 남기고 다 태웠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아들이 관리나 상속문제로 부친이 직접 정리해주길 바랐다고 했다. 원로 화가들의 귀한 작품이 버려지는 걸 막자는 취지로 제안했던 게 이런 프로젝트로까지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니프는 지난 199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군집 개인전 형식의 국제아트페어를 시작, 20년 동안 행사를 열고 있다. 참여 작가들도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높다. 사실주의 작가로 유명한 구자승 화백은 "강의실이나 복도에 작품이 걸린다고 하길래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이건 미술운동이었다. 대중들이, 학생들이 미술품을 가까이서 본다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라고 했다. 성신여대는 강의실 속 개별미술관이 개관한 후엔 작가별로 매칭 교수 한 명과 학예사 다섯 명을 배정해 작품을 관리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들의 작업을 미학적으로 재조명해 미술사적으로 재평가하고, 작품의 보존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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