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혈세'보다 중요한 건 '안전'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최근 국가재난안전통신망(국가재난망) 사업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이 속담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국가재난망 사업은 각종 재난이나 자연재해 시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소방, 경찰, 군, 가스, 전기 등 관련 기관 등의 통신망을 하나로 통합하는 사업이다. 국가재난망 사업은 2000년대 초부터 논의돼 왔다. 특히 재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기관의 통합망 구축 필요성이 약방의 단골처럼 등장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가 그랬고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국가재난망 사업은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쉽게 추진되지 못했다. 국가적인 사업이다 보니 대규모 예산이 필요했고, 사업자들의 이해 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수조원대의 국민세금이 들어야 하는 만큼 예산 당국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재난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 때마다 기존에 군과 경찰, 소방에서 사용하던 통신망이 있는데, 막대한 예산을 들여 따로 통합망을 설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 논리가 따라붙었다.하지만 기존 통신망이 노후화되고 새로운 통신망이 필요해짐에 따라 이러한 주장은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작년엔 대통령의 지시로 국가재난망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한때 기술방식을 놓고 와이브로(Wibro), 테트라(TETRA), LTE 세가지 방식을 놓고 격론이 일기도 했다. 나름대로 자기 방식이 옳다고 밀어붙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와이브로나 테트라는 자연스레 도태됐다. 지난해에는 국가 재난망으로 PS(공공안전)-LTE 방식이 확정돼 기술방식에 대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어 LG-CNS를 주사업자로 선정해 정보화전략계획(ISP)이 수립되고 700㎒대역에서 주파수도 할당되는 등 속도를 내는 듯했다.하지만 국가재난망 사업은 지난 3월 예산 부문이 빠진 채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또다시 표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은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안전처의 국가재난망 사업 계획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고 있다.기재부가 예산을 꼼꼼히 들여다 보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수개월 동안 연구ㆍ조사해 세운 사업 계획보다 더 좋은 대안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기재부는 숫자에는 밝을지 모르지만 통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결국 기재부는 국민안전처의 국가재난망 재검토에 대한 용역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맡겼다. KISDI는 5월초까지는 용역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다. 연구용역에 참여하고 있는 KISDI 연구위원은 "기재부로부터 예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받지 않았다"며 "장비나 단말기 사양 등 예산과 관련된 부분을 꼼꼼히 살펴 예산이 허투로 쓰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관련 업계에서는 지금도 부족한 재난망 사업 예산이 기재부의 손을 거치면서 다시 한번 줄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어서도 안되겠지만 그보다는 '국민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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