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朴대통령 순방 잔혹사…출구 못찾는 징크스

페루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을 순방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가 자진 사퇴의사를 밝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기 전 급박하게 돌아간 정세로 비춰 예견된 일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쯤되면 징크스를 뛰어넘어 '순방=참사 예고편'이란 평가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20일 오후 이완구 국무총리는 페루에 있던 박 대통령에게 사의의 뜻을 전달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이 총리를 향한 사퇴 압박이 들끓었기에 여론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지만 국정은 당분간 올스톱 될 위기에 처했다. 이 총리의 의사를 확인한 박 대통령은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 국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총리. 사진=아시아경제 DB

21일 오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 총리를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했지만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까지는 국정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로써 박 대통령의 '순방 징크스'는 또 재현된 꼴이 됐다.박 대통령의 순방 징크스는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였던 미국에서 시작됐다. 2013년 5월 박 대통령은 한미수교 60주년을 맞아 미국으로 향했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첫 순방은 예상치 않은 사건 때문에 모두 덮였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아시아경제 DB

당시 박 대통령을 수행한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 한인 대학생 인턴을 성추행하는 스캔들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윤 전 대변인은 성추행 의혹을 극구 부인하며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해당 인턴이 경찰에 신고를 하며 밝힌 내용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윤 전 대변인은 이 사건으로 인해 전격 경질됐고 국정 지지도는 하락했다. 이로부터 한달 후인 6월에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기밀 사항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정치권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중국 순방을 앞두고 있던 찰나였다. 국정원 수장의 신중치 않은 행보로 방중을 앞둔 박 대통령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같은해 9월 러시아와 베트남 방문 때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 등이 잇달아 터졌다. 이어 10월 박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을 갔을 때는 기초연금 공약파기 논란이 불거졌고 귀국 후 대국민사과를 내놨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끝날 것만 같던 순방 징크스는 다음해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지난해 5월 박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관련 일정을 대부분 취소하고 1박 3일 원포인트 세일즈 순방으로 대체했다. 6월 중앙아시아 순방 때는 장고 끝에 지명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친일 논란이 불거졌다. 여론과 힘 겨루기를 하던 문 후보자는 결국 자진사퇴했고 국정에 또 한번 생채기를 냈다. 박 대통령이 유럽을 갔던 10월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이 정국을 뒤덮으며 몸살을 앓았다. 또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가 발생해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3월 박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했을 때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에게 얼굴과 손목 부분을 흉기로 찔리는 피습 사건이 발생했다. 세월호 1주기 당일, 대통령이 나라를 떠난다는 비난을 감수하며 올해 첫 순방길에 오른 박 대통령은 국정공백 사태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고개를 숙인 채 입국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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