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가짜 방화복' 사태 후폭풍...미인증 이유로 회수된 1만9300여벌 아직 대체품 지급 안 돼...인터넷 커뮤니티에 '현직소방관' 자처 네티즌이 항의 글 올려 화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2월 발생했던 '가짜 방화복'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소방당국이 인증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선 소방관서에서 방화복 1만9318벌을 회수한 후 아직 대체 방화복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일선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 출동을 하면서 동료의 방화복을 빌려 입고 가거나 서류상 폐기된 낡은 옛 방화복을 입고 출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MLBpark.com'에는 지난 4일 오전 '현직 12년차 소방관'을 자칭한 네티즌이 "정부도 지자체도 방화복을 뺏어가서 돌려주지 않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아이디 '아기북극곰'을 사용한 이 네티즌은 "방화복 없이 소방관 생활한지 만 두달이 넘었다"며 "소방관이 방화복이 없다니, 말이 안 되지요?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고, 아직까지 해결이 안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민안전처가 지난 2월 초 4개 업체에서 납품한 특수방화복 5365벌이 제품검사 없이 납품됐다며 이중 2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 조치한 뒤 전국 각 소방관서로부터 해당 업체들이 납품한 1만9000여 벌의 방화복을 회수한 후 아직까지 대체품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네티즌은 이어 "방화복을 교체해준다고 2월 초 정도에 수거해갔다. 문제는 교체품을 아직까지 안주고 있다"며 "화재진압 비중이 적은 직원 것, 이를테면 구급대, 내근직원 방화복을 당분간 빌려 입거나, 오래돼 서류상 폐기된 검은색 옛날 낡은 방화복(10년 정도 된, 낡고 헤져서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을 창고에서 꺼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특히 "구급대도 진압대만큼은 아니지만 화재진압현장에서 현장활동을 한다. 내근들도 당직일 때 화재진압 현장에 들어간다"며 "제대로 된 보호장비 없이, 혹은 문제 있는 보호장비로 화재현장에 들어가야 하는 소방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부산경찰 공식 페이스북 캡처
그는 또 "기존에 지급된 방화복이 문제가 있다면 수거가 먼저가 아닌, 문제 없는 제품을 먼저 공급한 후 수거해 가는 것이 마땅한 행정이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보호장비라면 더욱 그렇다"며 "당연히 선지급후수거 혹은 맞교환이 맞다. 그런데 수거만 해가고, 방화복을 지급하지 않은지가 무려 두 달이 넘었다. 이것이 중앙정부 소관인지, 지자체 소관인지는 모르겠으나, 보호장비 없이 두달 넘게 방치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호소했다. 이 네티즌은 끝으로 "현장 소방관들 다 나가 죽으라는 건가, 대체 세금 걷어서 어디다 쓰는 걸까, 군대로 비유하면 군인에게 총 없이, 철모 없이 전쟁하라는 소리"라며 "작년 즈음, 보호장갑이 없어 소방관들이 해외에서 직구해서 쓰던 일이 기사화된 적이 있었다. 방화복조차 소방관이 사비로 해외 직구라도 하라는 것일까"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이같은 네티즌의 글은 실제 사실과 근접한 내용이다. 서울소방방재본부 등에 따르면, 불량 방화복 납품 사건 이후 정부는 서울에서만 4000여벌의 방화복을 수거했지만 아직 대체품이 지급되지 않았다. 소방관 수가 6000명이 넘는 서울소방방재본부의 경우 3분의2가 넘는 소방관들이 화재 발생시 할 수 없이 동료의 방화복을 빌려 입고 출동하고 있다. 문제는 자기 몸에 맞지 않아 실제 화재 진압시 활동에 장애가 생겨 위험 요소가 되고 있고, 관내 모든 소방관이 출동하는 대형 화재시 자칫 방화복 없이 진압에 나서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방화복이 지급되지 않은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국비 지원이 늦어져 예산이 부족한 시·도들이 방화복 구입을 미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방화복 구매 예산은 해당 부처의 요청에 따라 수시로 편성되는 데 안전처가 예산을 요청하긴 했지만 아직 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안전처의 해명은 이 네티즌의 주장과 다르다. 요점은 대체품이 지급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방화복 보유분이 충분해 현장출동 대원들이 착용하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중순 안전처는 '가짜 방화복' 사태에 대해 해명하면서 "전체 보유 방화복이 4만 여벌로 1일 9000여명으로 추산되는 현장출동대원들이 착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며 "방화복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190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해 소방복 3만1119벌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해명했었다. 이에 대해 안전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현재 회수된 1만9000여별의 소방복 전부를 대체품으로 다시 지급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ㆍ도별로 7000여벌에 대한 구입 절차를 밟고 있는 중으로 다음 주 중으로 국비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방복의 경우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달청에 계약을 의뢰해야 하고 계약 후에도 30일은 있어야 납품이 가능한 등 시간이 걸려서 아직 대체품이 공급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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