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질투'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가난한 연극배우 루이(루이 가렐 역)는 새로운 연인 클로디아(안나 무글라리스)와 낭만 도시 파리에서 뜨거운 연애를 시작한다. 둘은 아무 걱정도, 의심도 없이 사랑한다. 그러나 곧 한 가지 의문이 그들의 머릿속을 맴돈다. '사랑하는데 왜 외로워요?'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려 남자는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여자는 다른 남자와 입을 맞춰 본다.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란 없는 걸까.영화 ‘질투’는 ‘포스트 누벨바그 거장’이라 불리는 필립 가렐(67) 감독이 그의 아들 루이 가렐과 함께 찍은 다섯번째 영화다. 누벨바그란 195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1962년 절정에 이른 프랑스 영화운동이다. 개인적 영감과 비전을 투영하는 연출방식을 강조한다. 그의 영화는 흔히 '사적 영화(personal film)'라 불린다.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작품에 녹여왔기 때문이다. 2007년 작 '와일드 이노센스(Wild Innocence)'에는 마약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애인 니코와 현대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과 이별'에 천착한 '질투'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아버지이자 명배우 모리스 가렐의 젊은 시절 사랑이야기를 아들인 자신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다. '질투‘의 흐름에 거대한 서사나 특별한 사건은 없다. 카메라는 사랑하고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모두 느꼈을 법한 보편적이고도 복잡 미묘한 감정을 그대로 좇는다. 주인공들이 그다지 일거리가 없는 연극배우라는 사실은 이 집중을 가능케 한다. 그들은 감정의 변화를 행동으로 고스란히 옮기는 데 익숙하다. 관객은 특수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보편적인 연애를 통해 이름 붙일 수는 없지만 사랑과 이별 사이에 분명 존재하는 감정들을 목격할 수 있다. 클로디아가 친구와 밥을 먹다 말고 루이에게 뛰어가 "네가 떠날 것만 같았어"라며 불현듯 치민 두려움을 말하는 장면, 친구들과 잘 먹고 마신 뒤 갑자기 헤어짐을 고하는 장면이 그렇다. 관객은 극의 시간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흑백 영상 때문이다. 목탄 가루가 묻어날 듯 그윽한 흑백 영상은 그 자체만으로 여러 가지 마법을 부린다. 카메라는 렌즈 속 대상을 건조하게 바라보면서도 충실히 성찰한다. 모노톤의 장면은 '삭막한 일상'에 '낭만감'을 부여함과 동시에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일'에 '삭막함'을 더한다. 그러나 다양한 마법 중에서 필립 가렐이 가장 노렸던 것은 과거와 현재의 혼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색감이 지워진 영상은 화면에 담긴 도시의 일상이 오래된 과거인지 흘러가고 있는 지금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이러한 영상 미학은 필립 가렐이 말하고자 한 바에 힘을 보탠다. 그는 아버지의 사랑이야기를 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영화 한 편으로 만들어냈다. 아버지 세대부터 아들 세대까지 관통하는 보편적인 사랑의 모습을 그리려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영화는 사랑이 시대에 관계없이 복잡한 모양으로 비슷하게 나타나고, 사랑과 이별 사이에는 한 단어로 형용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루이의 딸과 동생이 '땅콩의 법칙'을 말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그럼에도' 사랑하는 우리를 그린다. "땅콩 맛있어" "까려면 고역이잖아" "그래도 맛있어". 4월9일 개봉.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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