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가 한 것으로 전해진 말이다. ‘한 그루의 사과나무’보다는 ‘사과나무 한 그루’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철학자 스피노자
영어식 표현에는 영어를 떠올려보면 감이 잡힌다. 이를 많이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는 표현으로 살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로는 ‘most of the people'에 해당한다. ‘most of the people’은 우리말로 ‘사람들 중에서 대부분’ ‘사람들의 대부분’ ‘사람들 대부분’으로 옮겨야 한다. ‘most of the people'’ 왜 ‘대부분의 사람들’로 번역하게 됐을까. 나는 이렇게 짐작한다.옛날 영어를 먼저 접한 사람이 ‘most of the people’을 ‘most’는 ‘대부분’으로 ‘of’는 ‘의’로 ‘the people’은 ‘사람들’로 옮기고 순서대로 적었다. 스승이 그리한 데 제자들이 토를 달지 못하고 이어받은 관행이 대대로 이어지면서 이 오역이 굳어졌다. 일본에서 그렇게 하게 됐고 한국도 따라갔다. (여기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그러나 이것 외에는 설명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한 그루의 사과나무’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영어를 오역한 듯한 문구는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음 기사를 보자. 한국인이 자주 하는 말 ‘밥 한번 먹읍시다’를 한 사진작가가 퍼포먼스로 연출했다. 사진작가 박춘원은 17일 오후 서울 서촌(종로구 통의동) 사진 갤러리 류가헌에서 밥솥으로 밥을 짓고 인근 통인시장에서 사온 멸치볶음과 갓 구은 김을 반찬으로 관람객과 식사 한 끼를 나눴다. 박 작가는 “약 30인분의 밥이 동났다”며 “다들 밥을 맛있게 드셨다”고 말했다. 그는 “두 공기를 비우는 관람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약 30인분의 밥’이 아니라 ‘밥 약 30인분’이 맞다. 가수 이장희가 부른 ‘한 잔의 추억’이라는 노래도 있다. 늦은밤 쓸쓸히 창가에 앉아/ 꺼져가는 불빛을 바라보면은/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취한 눈 크게 뜨고 바라보면은/ 반쯤 찬 술잔 위에 어리는 얼굴/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 마셔버리자‘추억 한 잔’ ‘술 한 잔’이 맞는 문장이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가끔 어법(語法)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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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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