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헌법소원한 강신업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터뷰
수정된 법안 목적과 수단 뒤바뀐 채 통과공개적 청탁은 허용 공개적이란 말 무슨 뜻인지이대로 간다면 '원님재판' 양산할 수 있다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당신이 기자나 교사의 배우자라고 칩시다. 어떤 친구에게 1000만원을 빌려줬는데, 이걸 이자 없이 한참 뒤에 돌려받았어요. 빌려준 시기가 옛날이고 현금으로 줘서 증거도 없습니다. 다만 당신이 돈을 받은 증거는 확실합니다. 이 때 검ㆍ경 수사당국 중에 누군가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 때문에 당신의 뒤를 캐며 정보를 수집하다 이걸 계기로 당신을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위반으로 수사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무죄를 입증할 건가요?"강신업(51)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의 질문이다. 김영란법에 대해 의견을 들으러 갔다가 덤터기 쓴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뒤통수가 뜨겁다고 느낄 찰나 질문이 바꿔 돌아왔다. "김영란법에 찬성하는 국민 누군가가 그런 상황이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13일 서울 서초동의 법무법인 하나에서 만난 그는 김영란법의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강 이사는 김영란법의 본질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본질이란 '대가가 없어도 공직자가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자'는 법의 취지다.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도입 때 내세웠던 핵심이다. 지금도 "저를 포함한 대한변협은 부패 방지를 위한 김영란법의 입법 목적에 동의한다"고 한다. 그런 그가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은 뭘까. 김 교수가 지난 10일 "김영란 법은 위헌이 아니다"고 발언하자 "대법관 출신으로 부적절한 판단이었다"면서 "인기영합주의에 따르는 주장이다"고 각을 세웠다.강 이사는 김영란법이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채 국회를 통과했다고 봤다. '공정사회'를 목적으로 법안이 발의됐는데 헌법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위헌적 요소가 크다고 말한 배경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이 법안은 '원님재판'을 양산할 수 있어요." 강 이사는 법안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여러분은 감옥가지 마세요'라고 했질 않나. 그만큼 감옥은 가진 돈을 다 내놓고서라도 나오고 싶은 곳이다. 헌법상 인신을 구속할 수 있는 형법은 명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법은 애매모호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중 핵심이 '부정청탁의 금지' 조항이다. 공직자나 언론인에게 부정한 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예외조항으로 '공개적으로 청탁을 하는 행위는 허용이 된다'고 하고 있다. 그는 "공개적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또 "경조사 때 주고받는 돈에 대해서도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사회상규' 부분도 너무 포괄적이다"고 말했다. "통상 재판에서 고려되긴 하지만 중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에는 어울리지 않는 기준"이라는 점에서다. 이외에도 현행 김영란법이 배우자 신고의무를 부과한 것에 대해서도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자신을 위해 배우자를 신고해야 하니 양심의 자유에 반한다"고 했다. 그는 언론인과 그 배우자까지 대상을 넓힌 것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강 이사는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진다. 헌법 7조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언론인과 그 배우자는 공직자가 아닌데도 돈 거래를 할 때 스스로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면서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그는 현재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법률가의 재량을 넓히는 악법이라고 봤다. '검경 공화국'을 부를 수 있다고도 했다.그럼 김영란법을 폐지해야 할까. 강 이사는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위헌적인 부분만 국회에서 개정하자는 것"이라는게 그의 결론이다. "제일 좋은 해결책이요? 헌법재판소가 이 청구에 답을 하기 전에 국회가 반응을 보이는 것이겠죠." 변협의 헌법 소원 청구가 어떻게 결론 지어질지에 앞서 국회의 발빠른 오류수정을 원하는 강 이사의 바람이 결실을 맺을지 두고 볼 일이다.
제공=아시아경제DB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