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의 연기금 리포트]⑤국민연금, 테마주 투자할까 겁난다

첫해 운용보수만 500억…해외 연기금은 헤지펀드 투자중단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어코 헤지펀드 투자를 관철시켰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6년부터 헤지펀드 투자를 검토했지만 노동계 기금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돼 왔다. 국민연금은 우선 투자 규모를 전체 기금의 0.5%(2조5000억원)으로 제한하고 해외 헤지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익률에 목 매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만시지탄이라는 느낌이 든다. 헤지펀드는 2009년 이후 시장 평균 수익률을 밑도는 성적을 내고 있고, 미국 캘퍼스, 독일 PFZW 같은 대형 연기금들은 헤지펀드 투자 중단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헤지펀드 사업부 매각에 나섰고, KKR은 헤지펀드 청산을 결정했다. 헤지펀드의 전성기는 저물고 있는데 국민연금은 뒤늦게 발동이 걸린 모양새다.  헤지펀드의 성격도 문제다. 헤지펀드는 투자금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통상 운용보수 2%, 성과보수 20%가 책정되는데 성과보수는 헤지펀드의 고수익을 부추기는 옵션이다. 고수익은 곧 고위험을 의미한다.  지난해말 국민연금 해외투자 종합계획 기획단은 기금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헤지펀드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니 분산투자 차원에서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월가의 늑대들이 웃을 소리다.  국민연금이 헤지펀드에 최대 한도로 투자 시 통상 운용보수 2%를 대입하면 운용수수료만 500억원이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수수료는 2013년 기준 1203억원. 헤지펀드 투자 첫 해에만 해외주식 수수료 40% 가량을 운용보수로 내야 한다. 물론 헤지펀드 수익에 따른 성과보수 20%는 따로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수익률에만 집착하며 기금운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기금본부의 행보를 보면 수익률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해외 증시가 호황이니 해외 투자분을 대폭 늘렸고, 그래도 부족하니 고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까지 투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은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으로 국민의 노후복지를 위한 자금이다. 2000만 국민연금 가입자 대부분은 자신들의 노후를 국민연금에 기대야 한다. 월평균 소득도 벌지 못하는 이들은 국민연금이 곧 생명줄이다. 평균 연봉만 9000만원에 육박하는 기금본부 운용역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수익률에 목 매는 기금본부가 가까운 미래에 테마주 투자를 하겠다고 나설까 겁난다. <hr/>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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