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화풍 어우러진 '봄의 소리'…중견화가 그룹전

김병종, '생명의 노래', 캔버스, 한지, 먹, 채색, 91 x 73cm, 2009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생명이 싹트는 '봄이 오는 소리'를 주제로 한 중견작가 3인의 그룹전이 열린다. 동서양 화풍이 어우러진 환한 그림들이 '시작'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총 27점으로 선을 보이는 이번 전시는 자연을 예찬한다. 그러면서도 작품들은 작가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김병종 작가의 그림에는 생명에 관한 희망과 따스함이,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는 소녀의 마음 같은 봄이 작품 속에 녹아있다. 이정태 작가의 작품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나타난다. 세 작가들은 모두 동양과 서양의 화풍이 조화를 이루고 , 자연에 대한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병종의 그림들은 한지와 먹, 캔버스, 파스텔톤의 색감 등이 혼재돼 따뜻한 이미지와 함께 동화와 같은 스토리를 연상케 한다. 작가에게 자연은 경관의 대상이기보다는 인간의 삶을 지속시키는 영적 영역이다. 동서양 화법의 절묘한 조화를 추구해온 김 작가는 지난 1월 31 일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인 베이징 금일 미술관(今日美術館)에서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단독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는 작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울대학교를 방문해 강연할 때 김 작가의 그림을 선물한 것에서 시작돼 그의 작품이 주목을 받으며 이뤄진 전시다.

김은숙,약속, 91x60.5cm, 2015

이정태, 흐름과 리듬, 194 x 130cm, 2014

김은숙 작가는 자연의 특정 부분을 부각시켜 관찰자의 일상과 결합시키는 방식을 추구한다. 나뭇가지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커튼 자락, 창밖에서 본 듯한 벚꽃이 만발해 가득한 하늘 모습, 알록달록 색칠한 버들가지 문양이 수 놓여진 레이스 치마 등이다. 지치고 각박한 삶에서도 자연을 마주하는 순간 느끼게 되는 짧은 안도만으로도 "사소한 일상을 행복한 감사"로 여긴다는 작가의 고백을 그림을 통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정태 작가의 자연은 실경을 근거로 제작해 작가가 관념적으로 해체 또는 재가공해 그렸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진경산수와 매우 닮아있다. 진경산수를 ‘한국화의 시초’ 또는 ‘한국적 동양화’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 화폭의 기득권을 대상이 아닌 관찰자가 이끌었다는 특징을 꼽는데, 이는 경관에 압도당해 표현하는 실경산수나 상상 또는 자료에만 의존하는 관념산수와는 다른 점이다. 이 작가는 철저하게 스스로 화자(話者 )가 돼 관객과의 소통을 주도한다. 발췌된 산들은 작가의 시점으로 재조합 돼 관객에게 실제보다 압도적으로 다가오고 , 작가의 감정이 개입된 음양표현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롯데갤러리 잠실점. 오는 3일부터 31일까지. 02-411-6911.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문화레저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