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단상]공직자와 명예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

공직자는 공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공직자가 공무를 잘 수행하면 그 사회 구성원들의 복지는 향상된다. 그러나 공직자가 공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면 그 사회 구성원들의 복지는 감소할 것이다. 즉 공직자의 성공적 공무수행 여부는 그 사회전체의 복지향상 여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직자 윤리법 제2조는 '국가는 공직자가 공직에 헌신할 수 있도록 공직자의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는 공직자에게 생활보장으로 경제적 보상을 하고 있지만 동일한 정도의 역량을 갖춘 사람에게 민간영역에서 제공하는 경제적 보상보다는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직을 선호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는 공직은 사익보다는 사회전체의 복지향상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고 또한 공직수행을 명예롭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회자되는 '관피아'라는 말은 공직자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인 평가를 담고 있다. 특히 퇴직 후의 취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첫 번째 제도적 해법은 퇴직하는 고위공직자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3년 동안 제한함으로써 사회에서 어느 정도 격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한으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50대 초중반에 장ㆍ차관급 공무원에 임용된 사람들의 경제생활에 가장 큰 어려움을 줄 것이다. 두 번째 제도적 해법은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취업이력공시제도'의 도입이다. 내용은 고위공직자는 퇴직 후 10년간 취업한 기관, 취업 기간, 직위 등 취업이력을 공시하겠다는 것이다. 제도도입의 취지와 관계없이 고위공직자는 퇴직 후에도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위험인물인 것처럼 취급되는 것처럼 인식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러한 제도적 해법 못지않게 공직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가 또 하나 있다. 그것은 공직에 대한 사회적 평가수준이 과도하게 낮아지는 것이다. 만약 공직에 대한 사회적 평가수준이 낮아져서 고위공직자들이 공직수행을 더 이상 명예롭게 생각하지 않게 되고 업무수행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줄어든다면 이들로부터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직자들의 사적모임에서 오고가는 대화의 주된 주제는 정책적인 문제들이었으나 최근에는 퇴직 후의 생계문제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공직전반에 보편적인 분위기로 정착된다면 공직사회는 적지 않은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다.  고위공직자들은 지위 때문에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자유로운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현재 고위공직자가 차관급 공직자가 되면 명예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50대 초중반 연령의 고위 공직자가 차관급으로 승진함으로써 못 받는 명예퇴직금은 대략 차관급 공직자의 1년 연봉수준이 된다. 이러한 효과는 직업공무원을 하다가 장ㆍ차관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1년간 무보수로 일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러한 제도의 정당성에 대한 공론을 들어 본적이 없다. 그러한 제도가 공론화 되지 못하는 이유가 고위공직자들이 그러한 제도에 동의하거나 수긍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위공무원에 대한 최근의 제도개선에 있어서도 당사자들은 침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한 제도개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부에 대한 사람들의 선망은 크게 증가한 반면 명예의 소중함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되었다. 그럼에도 공직은 경제적 보상을 목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명예와 자부심 그리고 긍지를 가지는 직업영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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