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토리텔링 콘서트 '모스'의 에피소드 50편 모아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인간은 누구나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이야기하는 사람'이란 뜻의 '호모 나랜스(Homo Narrans)'란 말이 있듯이, 인류의 역사는 곧 이야기의 역사다. SNS를 통해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물건을 살 때도 스토리텔링이 들어간 제품을 선호하는 것 역시 이야기 본능의 결과다. 세계 최대 스토리텔링 콘서트 '모스(Moth)'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듣고 싶어 하는 갈증을 채워준다. 전구 주변에 날아드는 나방('모스'는 나방이란 뜻이다)처럼 한 곳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추억을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이 이벤트는 평범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다. '모스'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거창하고 철학적인 주제가 아니다. 쉽게 관객들을 가르치려 들거나, 억지로 감동을 지어내지도 않는다. 다만 솔직하고, 유머러스하며, 무엇보다 사람들 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예를 들어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낭독한 이야기를 전한다. "오늘의 신부를 만나기까지 그에게 길잡이가 돼준 모든 여성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레이첼, 매리, 줄리, 로렌......" 이와 동시에 기다란 종이뭉치를 펼쳐 보였다는 일화는 독자들에게 당시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게끔 만든다. 난감해했을 신랑 얼굴과 뿔이 났을 신부 얼굴도 저절로 상상이 간다. 패션모델로 활동하는 에이미 멀린스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종아리뼈가 없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그는 의족을 차고 장애인 올림픽에 나간 적도 있으며, 패션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학창 시절, 어렵게 돈을 모아 부활절에 입을 예쁜 드레스를 산 그에게 아버지는 "무릎 연결 부위가 다 보인다"며 옷을 갈아입을 것을 권유했다. 그 순간을 에이미는 "내 안에서 뭔가 뚝 부러지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싶지 않았고, 남들 때문에 불편을 겪고 싶지도 않았다. 에이미는 이 에피소드를 통해 "진짜 장애는 억눌린 마음"이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이밖에도 의사인 조지 롬바드디 박사가 비행기에서 얼떨결에 테레사 수녀를 치료한 사건, 작가 브라이언 핑켈스타인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한 사연, 편집자 애런 에드워드 호치너가 헤밍웨이를 따라갔다가 스페인에서 즉석 투우사로 나서게 된 이야기 등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짧게 들려주는 방식은 언뜻 테드(TED)를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모스'의 이야기는 보다 보통 사람들의 희노애락과 맞닿아있고, 거기서 더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신간 '모스'에는 이 같은 50편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에덤 고프닉, 조지 도스 그린, 캐서린 번스 / 박종근 옮김 / 북폴리오 / 1만4800원)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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