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무조사는 줄이면서 납세자의 성실 납부를 유도하는 쪽으로 세정(稅政)의 큰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기존 '사후 검증' 위주에서 '사전 성실신고 지원'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탈루ㆍ오류 빈도가 높은 납세 유형에 대한 과세정보를 납세자에게 미리 제공하기로 했다. 어제 전국 세무서장 회의에서 임환수 국세청장이 밝힌 내용이다. 세무서로부터 과세자료를 통보받는 납세자는 관련 증빙과 서류를 꼼꼼히 갖춰 신고해야 한다. 국세청은 과세자료 제공에도 세금을 탈루하는 납세자에 대해선 신속하게 사후 검증(세무조사)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엉성하게 했다가는 세무조사를 당할 수 있다. 국세청으로선 성실 납세를 유도해 세수 증대를 꾀하는 한편 탈세 혐의에 대한 사후 검증에 들어가는 행정력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세수부족 규모가 22조원, 올해도 3조원 정도가 부족할 전망이다. 4년 연속 세수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과거 과세자료를 분석해 세금탈루의 구멍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이미 지난해 2기 부가가치세 납부 때 신고 대상자(596만명)의 7.6%에 해당하는 45만명에게 매출누락과 매입세액 공제 등을 입증하라는 과세자료를 보냈다. 올해는 이를 종합소득세, 법인세, 양도ㆍ상속세 등 주요 국세에 모두 적용할 방침이다.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는 제도로 방향은 옳다. 관건은 운영의 묘다. 세수 증대를 의식해 지나치게 많은 납세자에게 사전 과세자료를 통보하는 행정편의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과세자료 통보라지만 납세자 입장에선 세무조사와 비슷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보관이나 세무조사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로선 통보 받은 과세자료에 맞춰 증빙을 대기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차라리 세무조사를 한 차례 받고 5년 동안 세무조사에서 벗어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선량한 납세자까지 잠재적 탈세 혐의자로 몰아붙이진 않아야 한다. 사전 과세자료 통보를 '탈세 유혹'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쓰되, 친절하고 충분한 설명을 곁들여 납세자의 권리도 함께 보호해야 한다. '13월의 세금폭탄'으로 인식되는 연말정산 논란의 교훈을 되새겨 정교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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