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북한의 전향적 태도 변화로 남북관계가 급변할 것이란 관측이 거세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치적 교류'를 우선하는 신중한 대북정책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빅 이벤트'가 아니라 기초적 신뢰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수용 문제를 포함해 이 같은 취지의 대북정책 기조를 정리해 12일 예정된 신년기자회견에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박 대통령은 새해 들어 여러 경로로 남북관계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바 있는데,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라는 큰 변수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2015년 신년음악회에 참석,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있다.(사진제공 : 청와대)
박 대통령은 6일 저녁 '문화예술계 신년인사회'에서 문화교류를 통한 남북 주민 간 이질감 해소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요즘 우리가 통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앞으로 평화통일을 이뤄가는 과정에 있어서 문화예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족의 어떤 통합을 이루는 길은 그 무엇보다도 문화예술을 통한 소통과 교류, 이것이 큰 밑거름 역할을 반드시 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인 여러분들의 더욱 큰 활약을 기대하겠다"고 당부했다.같은 날 오전 국무회의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남북 간 대화와 교류의 진전된 뜻을 밝힌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진정성과 실천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남북 경색국면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는 극적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북한이 '합의 후 도발'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진정성을 먼저 입증하라는 의미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말 북한에 제의한 '당국 간 회담'을 일단 수용하고 이를 통한 실질적 교류사업 논의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이다. 대화를 하더라도 북한이 아닌 우리가 마련해놓은 '판'으로 들어오라는 주도권 겨루기로도 볼 수 있다.북한이 신년사 발표 후 별다른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될 대북 메시지와 통일비전도 이 같은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한국 내부에서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받으라'는 압박이 거세질 경우 원칙을 고수하기 어려워진다는 측면에서,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차분한 대북정책의 중요성을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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