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서귀포 전지훈련[사진=김흥순 기자]
사흘 뒤면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는다. 홀수 해여서 올림픽, 축구 월드컵 등 스포츠팬들의 눈길을 끌 만한 대회는 많지 않다. 국내에서는 2015년 여름철 유니버시아드대회(광주광역시 전라남·북도 일원 7월3일~7월14일)와 제6회 세계군인체육대회(문경시 경상북도 일원 10월2일~10월11일)가 열린다. 국제종합대회지만 눈높이가 워낙 높아진 스포츠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모두 힘이 부쳐 보인다. 새해에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에는 1월 호주가 개최하는 제16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눈에 띈다. 아시아 대륙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가 오세아니아 나라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가 2006년 AFC에 가입했으니 이런 일도 일어난다. 한국은 1956년 제1회 대회(홍콩)와 1960년 제2회 대회(서울) 우승 뒤 반세기가 넘도록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일본(네 차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이상 세 차례)이 통산 우승 횟수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7일 호주로 떠났다. 호주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아시안컵 출전국의 전력과 주요 선수들을 소개하며 한국, 일본, 이란, 호주를 4강 진출국으로 꼽았다. 여기서 이란이 정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고, 한국은 4강전에서 일본에 질 것으로 봤다. 이런 시나리오는 한국이 A조에서 개최국 호주에 이어 2위를 하고 8강전에서 B조 1위가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 또는 우즈베키스탄과 맞붙어 이겨야만 가능하다. 일본은 D조 1위로 8강에 올라 C조 2위가 예상되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을 제압해야 한다. 하지만 4년 전 카타르 대회에서처럼 한국이 준결승에서 일본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0-3으로 진 일이 되풀이되는 것과 비슷한 각본은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예상일뿐이다. 누구도 한일전의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 만약 그 카드가 성사된다면 말이다.
기성용[사진=김현민 기자]
한국 축구로서는 초창기 두 개 대회 연속 우승과 월드컵 본선 연속 출전(1986년 멕시코 대회~2014년 브라질 대회) 등으로 쌓아 올린 ‘아시아의 맹주’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 정상에 올라야 한다. 이 대회는 1956년 제1회 대회 우승 멤버 가운데 살아 계신 분이 박경호 선생 등 극소수일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대륙 축구선수권대회는 어떤 역사를 갖고 있을까. 미니 월드컵으로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선수권대회는 1960년 제1회 대회가 프랑스에서 열렸다. 초대 챔피언은 옛 소련이다. 1920년대 후반 프랑스축구연맹 앙리 드로네이 사무총장의 대회 창설 제안이 나온 지 30여년 뒤 그의 사후에 대회가 시작됐다. 이 대회는 1996년 잉글랜드 대회부터 통칭 ‘유로 연도(2012 등)’로 불리고 있다. 아시아 대륙보다 출발이 늦은 데다 축구의 양대 산맥으로 일컫는 남미 대륙 선수권대회인 코파 아메리카(1975년 개칭)가 1916년 제1회 대회가 열렸으니 대회 역사로 따지면 유럽연맹은 별로 할 말이 없다. 물론 대회 규모 면에서는 유럽이 훨씬 앞선다. 코파 아메리카의 경우 회원국이 많지 않아 미국, 멕시코,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등 북중미 나라는 물론 일본이 초청국 자격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일본은 1999년 파라과이 대회에 골키퍼 가와구치 요시카츠, 수비수 소마 나오키, 이하라 마사미, 아키타 유타카, 미드필더 미우라 아츠히로, 나마미 히로시, 안도 마사히로, 공격수 조 쇼지, 로페스 와그너 등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최정예 멤버가 나섰으나 페루에 2-3, 파라과이에 0-4로 지고 볼리비아와 1-1로 비겨 1무2패로 조별리그 A조에서 꼴찌를 했다.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공동 개최한 ‘유로 2012’ 예선에는 마흔세 개 회원국 또는 회원 협회가 출전했다. 본선에 오른 열여섯 나라 가운데 독일과 이탈리아가 네 차례, 프랑스와 잉글랜드, 스페인이 한 차례씩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준우승으로는 네덜란드가 세 차례, 체코(체코슬로바키아 시절)가 두 차례, 스웨덴이 한 차례를 했다. 3위는 폴란드가 두 차례, 포르투갈이 한 차례, 크로아티아가 한 차례 등이다. 열한 나라 또는 협회가 3위 안에 입상한 경력을 갖고 있었던 셈. 말 그대로 쟁쟁한 실력자들이 모여 기량을 겨뤘다고 할 수 있다. 대회에서는 스페인이 이탈리아를 4-0으로 대파하고 2연속이자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이뤘다.
축구대표팀[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11년 아르헨티나 대회까지 총 마흔세 차례 열린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1920~1930년대의 강자 우루과이가 열다섯 차례, 아르헨티나가 열네 차례, 브라질이 여덟 차례 우승했다. 월드컵 우승 횟수(브라질 5회 아르헨티나 2회 우루과이 2회)와 순위가 뒤집어진 점이 눈길을 끈다.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두 대륙 대회에서는 세계무대를 주름 잡은 수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다. 이런 수준 높은 대회를 한국 취재진이 오랜 기간 외면하고 있었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글쓴이가 일했던 곳은 1990년대 초반 특별한 결정을 했다. 1991년 칠레(산티아고 등 4개 도시)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에 노창현 기자(현 뉴시스 뉴욕 특파원)를, 1992년 스웨덴(스톡홀름 등 4개 도시)이 개최한 유럽선수권대회에 허진석 기자(현 아시아경제 부국장)를 파견한 것이다. 몇 경기를 보고 온 게 아니고 대회 기간 내내 현지에 머무르면서 남미와 유럽의 축구 흐름을 파악하도록 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 대비한 사전 작업이기도 했고 취재의 시야를 국제무대로 넓히는 과정이기도 했다. 두 대회 모두 한국 기자로는 처음 취재에 나선 것이었다. 대회에는 중국과 일본은 물론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나라 취재진이 많게는 수십 명 적게는 대여섯 명이 파견돼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또 다른 대륙별 선수권대회로는 한국이 2002년 캐나다 대회에 초청국 자격으로 출전해 4위를 차지한 북중미캐리비안연맹 골드컵(1991년 출범)과 아시아 대륙보다 1년 늦은 1957년 제1회 대회가 수단에서 열린 아프리카연맹 네이션스컵을 꼽을 수 있다.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와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며 ‘검은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대회 정상에 가장 많이 오른 나라는 이집트(일곱 차례)다. 가나와 카메룬이 네 차례씩, 나이지리아가 두 차례로 그 뒤를 잇고 있다.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네이션스컵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호주가 AFC로 옮겨 간 뒤 뉴질랜드의 독주가 예상됐지만 2012년 솔로몬아일랜드에서 열린 대회에서 타히티는 뉴칼레도니아를 1-0으로 꺾고 1973년 제1회 대회 이후 호주와 뉴질랜드가 아닌 나라로는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 준결승에서 인구 26만여 명인 남태평양의 조그만 섬나라 뉴칼레도니아는 뉴질랜드를 2-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타히티는 2013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각 대륙 챔피언들인 스페인, 우루과이, 나이지리아, 멕시코, 일본 그리고 개최국 브라질과 겨루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나이지리아에 1-6, 스페인에 0-10, 우루과이에 0-8로 졌다. 세계 축구는 여전히 유럽과 남미가 양대 산맥이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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