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 미끄러진 '푸틴 경제'…금융쓰나미 공포 韓 영향은?

'화폐위기' 러시아 금리인상, 국가부도說까지 나도는데…

'페소가치 폭락→브릭스 화폐까치 하락' 아르헨 쇼크와 닮은꼴신흥국내 차별화로 원화 타격 적을수도…외화유출 움직임은 없어전문가들 "러, 외환보유고 4000억달러로 디폴트까지는 안갈 것"

루블화 가치(자료:국제금융센터)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 폭락과 깜짝 금리 인상이 한국시장에 미칠 단기 충격파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올 1월말 '페소화 가치 폭락→브릭스 통화 투매'로 이어진 남미의 아르헨티나 쇼크와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발 쇼크는 신흥국 중에서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좋은 우리나라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안전자산 선호현상(원화가치 동반 급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1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16일 정책금리를 기존 연 10.5%에서 연 17.0%로 인상했다. 올 들어 여섯 번째 금리 인상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책금리는 1월 연 5.5%에서 11.5%포인트 높아졌다. ◆루블화 폭락, 아르헨티나발 쇼크와 '닮은 꼴' =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루블화 가치 폭락이 올 초 페소화 가치 급락으로 불거진 아르헨티나 쇼크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르헨티나 쇼크 때와 같이 우리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올 1∼2월에도 한국시장의 외화유출 흐름은 크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쇼크가 불거진 올해 2월4일 코스피지수는 1.72%가 빠져 1900선이 무너진 1886.85로 밀렸지만, 한 달새 낙폭을 만회해 2월28일에 1979.99에 장을 마쳤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1월29일 1070.4원에 장을 마친 원·달러 환율은 2월28일 1067.5원에 마감해 오히려 한 달새 원화가치가 소폭 올랐다. 지난 16일에도 달러화 대비 루블화 환율은 사상 처음으로 장중 70루블대에 진입했지만 같은 날 원·달러환율은 12.4원이나 떨어진 1086.7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이 루블화는 던졌지만, 원화는 사들이는 흐름을 보인 셈이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러시아와 함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등 세개 국가 CDS(국가부도위험)프리미엄이 같이 올라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러시아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컨센서스로 외국인 자금이 원화자산을 매수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해 12월 "한국은 단기외채가 많지 않고 은행 건전성이 유지돼 위기에 강하다"면서 "한국에 대해 투자자들은 건전한 경제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학주 한가람투자자문 부사장도 "러시아가 우리나라에 갖고 있는 사업장이 제한적이어서 우리 실물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신흥국 중에서도 펀더멘털이 좋다는 인식이 강해 러시아나 중동에서 자산유출이 일어나면 오히려 돈이 몰려들었던 경향이 나타났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디폴트에 빠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짙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4286억달러다. 최근 몸집이 작아지긴 했지만 중국(3조8877억달러)과 일본(1조2659억달러), 스위스(5233억달러)에 이어 세계 4위다. 임 팀장은 "1998년 디폴트처럼 가기에는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가 4000억달러 수준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수출입 규모(자료:국제금융센터)

◆유가하락 장기화되면 신흥국 위기 전염 우려 = 다만 유가하락세가 이어져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신흥국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유가하락세가 지속되면 러시아 외에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 통화와 금융불안이 동시에 확대돼 신흥국 전반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학주 부사장은 "지금의 유가하락세는 원가를 감안하면 일시적이라기보다 세계수요가 줄어들어 나타난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선 먼저 팔고 나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는데 이것이 러시아 쇼크를 장기화하는 상황으로 가져간다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불러올 여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러시아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다른 신흥국으로 전이될 경우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자금흐름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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