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제품 시장인 중국 선전 화창베이 지역. 건물마다 휴대폰 판매점들이 즐비해있다.
삼성·애플 독주 옛말…중국폰 급성장세, 무주공산 중저가폰이 기회[선전(중국)=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삼성 애플 독주요? 옛말이죠. 이제는 중국폰도 많이 팔려요. 샤오미 홍미와 미3가 가장 인기 있어요."지난 11일(현지시간)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중국 선전의 화창베이(華强北)에는 휴대폰 판매자들과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상가 밀집 지역인 이곳은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의 격전으로 뜨거웠다. 대로변의 양쪽에 끝없이 이어진 대규모 전자상가의 내부에는 또 소규모 판매점들이 미로처럼 뻗어있었고 여기에는 삼성전자·애플·샤오미·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이 집결해 있었다. 화창베이 내 10층 규모 전자상가 건물인 HQ마트에만 휴대폰 판매점이 2000곳에 육박했다. 화창베이에 이런 전자제품 쇼핑몰이 70~80곳 있으니 휴대폰 판매점은 14만개가 넘는다. 한 곳당 직원이 3명 가까이 되니 휴대폰 판매자는 4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지 관계자는 수많은 이들 판매점의 벌이 역시 대체로 나쁘지 않다고 귀띔했다. 개인을 비롯해 주변의 소매 판매점의 상인들도 끊임없이 이 지역을 방문해 구매를 해가고 있어서다. 삼성과 애플 인기는 여전했지만 최근 변수가 생겼다. 중국폰의 성장세다. 현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이름은 '샤오미'다. 샤오미는 온라인 기반으로 판매하고 있어 오프라인 전자상가에서의 체감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인기가 높다는 게 현지 판매업체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인기의 원인은 쓸 만한 사양과 디자인 그리고 가격이다. 샤오미의 홍미는 1299위안, 미3은 799위안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 돈으로 14만~23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화웨이·ZTE 등도 화창베이를 찾은 소비자들의 '즐겨찾기' 목록에 포함돼 있다. 프리미엄 사양을 갖추고 있는 화웨이의 최근 제품 P7은 2300위안, 메이트7은 3700위안 정도에서 흥정이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입간판과 판매점 직원들의 유니폼 등에서 중국폰을 압도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중국 내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샤오미에게 내줬으나 여전히 13.9%의 점유율로 수위권을 다투는 중이다. 가장 많이 찾는 폰은 역시 최근 출시된 전략 모델 갤럭시노트4다. HQ마트 내 휴대폰 판매점에는 갤럭시노트4와 함께 갤럭시노트 엣지가 체험 가능하도록 진열돼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중국폰의 기세에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 무엇보다 4300위안에 달하는 가격(갤럭시노트4의 경우)이 발목을 잡는다. 현지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나아지면서 스마트폰을 두 개씩 가지고 기분에 따라 유심을 바꿔 끼워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었으나 이는 폰 구매 시 가격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갤럭시노트4를 갖고싶어하는 소비층도 비싼 가격이 부담이 돼 '짝퉁(가짜)폰'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화창베이 내에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의 짝퉁(가짜)폰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가격은 400~900위안으로 다양하다.
삼성 제품을 쓰고 싶지만 가격이 부담이 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짝퉁폰 판매 역시 성행하고 있었다. 'A급' 갤노트4 짝퉁 제품은 900위안대로 정품의 약 5분의 1 가격에 구입이 가능했다. 외관은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비교적 정교했다. 국내 통신사 유심을 꽂아도 로밍을 통해 전화·문자를 비롯해 기타 기능이 실행됐다. 그러나 펜 터치나 유저 인터페이스(UI) 등은 다소 조잡했다. B급 짝퉁은 400위안대에 구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펜이 탑재돼 있지 않고 삼성 로고 등도 보다 조잡한 형태였다. 애플의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의 수요 역시 꾸준했다. 화창베이에서는 보통 아이폰6가 5000~5300위안 정도에 거래되지만 아이폰의 디자인을 선호하고 애플 브랜드에 충성도가 있는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아이폰6 짝퉁은 한눈에 짝퉁임을 알 수 있게 디자인에 차이가 있었다. 가격은 750위안 수준으로 정품의 8분의 1 수준이었다. 운영체제 역시 iOS가 아닌 안드로이드로 구동됐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애플과, 중저가폰은 중국폰들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9월 글로벌시장 가운데 한국과 함께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갤럭시노트4를 출시하고 베이징에 대형 체험존을 설치하는 등 중국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일 '중가 메탈폰' 갤럭시A3·A5를 중국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하면서 현재 중국 내 점유율 회복의 위한 반격의 채비를 갖춘 상태다. 중국 전역의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중가경쟁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중저가 브랜드폰이 대세인 상황이고, 이 수요를 샤오미 등 중국폰이 채우고 있지만 아직은 누구 하나가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무주공산"이라며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 가격 경쟁력을 키운 폰을 내놓으면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도록 브랜드 전략을 잘 짠다면 이 시장을 잡을 기회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역 최대의 전자부품 시장 롱셩에는 애플에서 아직 출시도 하지 않은 애플워치 제품이 진품보다 먼저 나와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시계인 기어2의 디자인을 모방한 제품들도 즐비했다. 가격대는 190위안에서 255위안 가량이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ZTE의 제품은 삼성 기어S와 같이 유심칩을 넣어 자체 통화가 가능했다. 가격 역시 255위안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판매점 관계자는 "비싼 삼성전자의 정품을 사는 수요는 많지 않다"며 "기능이 유사하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한 중국제품들 위주로 인기가 좋다"고 전했다.
선전(중국)=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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