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 기후 보고서
“5년 내 연평균 1.5도 넘을 확률 80%”
앞으로 5년 중 적어도 한해는 지구온난화의 마지노선으로 언급되는 ‘섭씨 1.5도’를 넘어 기온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2015년 파리 기후 협약 때 국제 사회가 세운 목표가 이미 틀어지고 있는 셈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5일(현지시간) ‘세계기후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지난 12개월간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63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WMO가 인용한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매월 12개월 치 기온 상승폭을 집계하는데, 지난해 2월~올해 1월의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오르며 처음으로 1.5도를 넘겼다.
유엔에 따르면 코 배럿 WMO 사무차장은 이와 관련 "우리는 이미 월 단위로는 일시적으로 이 기준을 넘어섰고, 최근 12개월 기준으로도 사실 넘었다"면서 "WMO가 경고음을 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암울한 현실"이라는 표현도 썼다.
2024~2028년까지 매년 전 지구 지표 근처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섭씨 1.1~1.9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앞으로 5년 중 한해가 현재 가장 따뜻한 2023년 기록을 넘을 확률은 86%다.
향후 5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를 초과할 가능성은 47%다. 지난해 보고서에 같은 항목의 확률(32%)보다 15%포인트 오른 수치다. 코 배럿 WMO 사무처장은 “1.5도 목표는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인 온난화를 의미한다”며 “최근 12개월 동안의 평균 온도가 1.5도를 넘긴 게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를 영구적으로 위반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WMO는 “같은 기간 적어도 한 해가 현재 가장 따뜻한 해인 2023년을 제치고 새로운 온도 기록을 세울 가능성은 86%”라고 설명했다. WMO 관측치 기준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14.98도로 산업화 이전 대비 1.45도 높았다. 직전 최고 기록은 2016년의 14.81도다.
보고서는 올해 라니냐가 발생하면서 열대 태평양은 단기적으로 더 시원한 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다. 라니냐(La Nina)는 태평양 수온이 뜨거워지는 ‘엘니뇨(El Nino)’와 달리 같은 지역의 수온이 차가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가고 라니냐가 발생하는데도 향후 5년 동안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건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되는 걸 반영했기 때문이다.
앞서 2015년 세계 195개국은 파리협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지구온난화 억제 목표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높은 수준으로 설정한 바 있으나, 최근 수년 동안 깨질 위기에 처했다. WMO 전망치에 따르면 2024~2028년 5년 동안의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를 넘어설 확률도 47%에 달한다.
외신은 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을 빌어 "모든 국가가 화석연료 회사의 광고를 금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선진국을 중심으로 친환경 바람도 불고 있지만 아직 석탄, 석유, 가스는 세계 에너지의 4분의 3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