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비평의 자유’ 제한, 독일까 약일까

‘원세훈 판결’ 비판한 판사 정직 2개월 징계 논란…법관 논평은 긍정적 측면도 있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박준용 기자] 법조계 논쟁의 대상이 된 판결에 대해 견해를 표명했던 현직 부장판사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으면서 '비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놓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민일영 대법관)는 3일 김동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5기)가 법관윤리강령 제2조(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했다면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김 판사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이범균) 판결과 관련해 법원 내부전산망(코트넷)에 '지록위마(指鹿爲馬)' 판결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김 판사 주장은 법적으로 모순된 판결에 대한 정당한 지적이라는 평가도 있었고, 명예훼손성 글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대법원은 옹호나 비판의 차원을 떠나 판결 결과에 대한 견해 표명 자체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단편적인 언론 보도나 관계자에게 전해들은 사실을 토대로 다른 법관의 판단에 논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법관이 다른 법관의 판결문을 충분히 검토한 뒤 견해를 표명하는 것도 잘못된 행동으로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의 대상이다. 게다가 법관 논평의 긍정적 측면은 대법원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비판은 보편타당한 법 논리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면서 "확정된 사건에 관한 비평이나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이 금지돼서는 안 된다"고 권고의견을 낸 바 있다.  김 판사 징계 결정의 이유를 놓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법관징계위는 "사건의 판결을 비난하고 해당 재판장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을 포함한 글을 게시했다"고 징계사유를 밝혔다. 이는 법관의 비평 자체보다는 내용에 대한 문제 때문에 징계를 한다는 것이어서 당초 대법원의 비판 근거와는 차이가 있다.  결국 김 판사가 현 정부를 향해 '패도정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비판의 강도를 높인 행위가 징계 처분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은 "정치적 사건의 판결에 대해 비판 글을 올린 법관을 징계한 것은 대법원이 다른 법관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침묵신호로 작용해 의견표명은 물론 자기검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판사들은 김 판사가 명예훼손성 내용을 담은 행위는 부적절했지만 비판적인 입장 표명 자체는 정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비판은 할 수 있다고 본다. 정당하게 비판을 했으면 괜찮은데 음모론처럼 일신 영달을 위해 판결을 했다는 식의 문제제기가 안 좋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정직 2개월이 적어 보이지만 판사의 명예와 관련된 것이기에 중한 징계다. 사안에 따라 달리 볼 여지가 있겠지만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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