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기죽인 팔팔정의 힘

판매 부진 비아그라 크게 앞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한미약품 팔팔정의 기세가 무섭다. 팔팔정은 올들어 지난해 대비 20% 이상 처방액이 늘었다. 판매가 부진한 비아그라에 비해서 처방액과 판매량에서 큰 차이로 앞서가고 있다. 팔팔정의 이같은 선전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기억하기 쉽도록 차별화한 제품명 등을 선택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팔팔정의 올해 3분기 처방액은 약 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가량 성장했다. 팔팔정은 지난 2분기와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17% 처방액이 늘었다. 반면 발기부전 치료제의 원조인 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는 3분기 처방액이 28억원 규모로 팔팔정과는 2배 넘게 차이가 났다. 비아그라의 가격이 팔팔정에 비해 2배 이상 책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수량 기준으로는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같은 격차는 지난해 상반기 팔팔정이 처음으로 비아그라를 넘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팔팔정이 지난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였던 릴리의 시알리스도 제치고 올해 처음으로 국내 1위에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팔팔정의 빠른 성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직접 주도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성기 회장은 팔팔정 출시를 앞두고 기존 치료제에 비해 가격을 크게 낮추고 차별화된 제품명을 직접 선정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팔팔정은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되던 2012년 첫 출시 당시 오리지널에 비해 5분의1 가량인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워 등장했다. 효능은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크게 저렴해지자 의사들은 비아그라보다 팔팔정을 처방하기 시작했고 출시 1년만에 비아그라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다. 팔팔정에 밀려 처방이 크게 줄어든 비아그라도 뒤늦게 제품 가격을 많이 낮췄지만 전세를 역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팔팔'이라는 독특한 제품명도 판매에 큰 도움이 됐다. 활발하고 생기가 있다는 뜻의 순우리말인 팔팔은 비아그라와 누리그라, 헤라그라, 실데나필 등 대부분의 치료제 이름이 영어인 것과 대비해서 친근하고 기억하기 쉬워 의사와 환자들이 한 번 사용하면 잊어버리지 않고 다시 찾는다. 팔팔은 임 회장이 직접 선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은 치료제 출시 전 수십여개의 제품명 후보들 중에서 팔팔을 골랐다. 당시 팔팔이라는 이름이 촌스럽다고 반대했던 임원들도 있었지만 임 회장이 뜻을 꺾지 않은 것이 결국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팔팔정이 최고 히트상품이 된 밑바탕이 됐다. 한미약품은 팔팔정의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향후 중국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다. 중국인들이 재복과 관련 있다고 믿는 숫자 '8'을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해 제품명을 크게 바꾸지 않고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팔팔정이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어서 회사에서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는다면 실적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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