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다. 미국 전역에서 상점들이 연중 최대 폭의 가격할인을 내걸고 폭탄 세일에 나서고, 소비자들은 그동안 움켜쥐고 있던 지갑을 활짝 열고 연중 최대 규모로 상품을 사들인다. 연말까지 한 달가량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의 개막일이기도 하다. 최근엔 연말 세일을 이날보다 며칠 앞당겨 시작하는 추세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블랙 프라이데이가 먼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특히 올해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에 쏠리는 소비자들이 관심이 예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뜨겁다. 이번 기회에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려고 예행연습까지 해둔 소비자도 많다고 한다. 그만큼 해외 직접구매(직구)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이나 소비자단체의 시장조사 등을 통해 국내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에 호갱(호구고객) 취급을 당해온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도 배경이다. 같은 제품을 국내에서는 비싸게, 해외에서는 싸게 판매해온 국내 업체들의 역차별 행위에 분격한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난 셈이다.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감지한 국내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이 '덩달이 세일'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해외직구 붐이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국내 업체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간과한 채 일시적인 반짝 대응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우군까지 붙고 있다. 해외구매를 쉽게 대신 해주는 직구대행업체나 배송업체가 부쩍 늘어났다. 카드회사들은 해외직구에 부가혜택을 주는 맞춤형 카드를 내놓고 있다. 관세청이 해외직구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한 통관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정부까지 해외직구를 돕고 있다. 이런 소비자 반란은 일과성 유행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해외직구 금액은 이미 지난해에 전년 대비 43% 증가해 1조원을 넘었다. 올해는 연말까지 지난해의 2배인 2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결제수단과 관련 보안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내년 이후엔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국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은 태평양 건너에서 벌어지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환호하는 소비자들을 보면서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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