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몇달전 보건복지부 실국장들과 오찬 자리였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라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발표가 나온 직후였다. 인구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 고위 당국자가 다자녀 가정에 혜택을 주는 현행 제도가 효과가 없다며 "앞으로는 아이를 안 낳는 사람에게 디스어드벤티지(disadvantage, 불이익)를 줘야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 농담이었다. 그 말을 들은 기자들도 "싱글세로 기사를 쓰면 독자들의 관심이 클 것"이라며 웃음으로 응수했다. 그때 농담이 최근 일부 언론에서 기사화하면서 '싱글세'가 일반에 알려졌다. 12일 '싱글세'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인터넷을 달궜다. "박근혜 대통령도 싱글세 대상"이라는 댓글부터 미혼자가 나이를 먹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싱글누진세'가 도입될지도 모른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복지부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도입을 검토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수 있는 이번 사안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논의를 품고 있다. 바로 과세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이다. 담뱃값과 자동차세, 주민세 등이 연이어 오르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싱글세도 도입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이번 논란으로 폭발한 것이다. 이는 정치권의 논쟁과도 무관치 않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 무상복지정책을 지속하면 국가 재정이 파탄나니 마니 하는 주장들이 뒤섞이면서 정부는 재정 확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년도 정부의 복지예산은 115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국가 전체 예산의 30%가 복지정책에 쓰인다. 복지 확대를 하려면 나라 곳간이 비게 되고 그러면 세금을 더 걷어 들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한 정부가 재정난에 빠진 가운데 싱글세가 거론되면서 증세 폭탄으로 비화된 것이다. 미혼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부부가 자녀를 안 낳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자녀를 낳아 키우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혼자 사는 것도 서러운' 전국 싱글들의 혈압을 끌어올린 책임자는 누구인가?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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