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극복하고 PGA투어 입성해 명예의 전당까지, 오는 24일 오바마가 직접 대통령상 시상
'흑인 최초의 프로골퍼' 찰리 시포드.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195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흑인 최초의 프로골퍼' 찰리 시포드(미국)는 첫 번째 그린 홀 안에서 무엇인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인분이었다.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골프에 그것도 당당하게 선수로 출전한 시포드가 겪은 수많은 인종 차별 가운데 하나다. 결국 그의 아내가 나서 인분을 치우고 홀을 바꾼 뒤에야 경기가 이어졌다. 그로부터 62년이 지난 2014년 11월11일(한국시간), 백악관은 "시포드가 대통령 훈장을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1922년생, 올해 92세다.'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트위터를 통해 "당신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오늘날 내가 탄생했다"며 시포드의 수상을 축하했다. 사실 시포드는 우즈가 지구촌 골프계를 지배하는 출발점이었다. 흑인들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골프에서도 '고난과 핍박의 역사'를 극복해야 했다. 오죽하면 시포드의 자서전 제목이 '단지 플레이만 할 수 있게 해 달라(Just Let me play)'였을까.1960년 이전에 흑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는 UGA(United Golf Association)투어가 전부였다. 회원제골프장의 반대로 퍼블릭코스에서만 열렸고 당연히 상금 규모도 형편없었다. 시포드를 비롯해 빌 스필러와 테디 로즈, 피트 브라운, 리 엘더 등 실력 있는 흑인선수들은 그러나 PGA투어를 원했고 끊임없이 저항했다. PGA투어는 1960년 마침내 '백인만이 PGA투어 멤버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바꿨다.정식으로 투어카드를 획득한 시포드는 1년 뒤인 1961년 그레이터 그린스보로오픈에 출전했다. 기량도 출중했다. 1967년 그레이터하트 포드오픈에서 흑인 최초의 PGA투어 우승을 일궈냈고 1969년 로스앤젤레스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수확했다. 1949년부터 1984년까지 총 494경기에 등판해 2승을 포함해 '톱 10' 진입이 51차례다. 2004년에는 흑인선수 최초로 명예에 전당에 입성했다.그렇다고 해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시포드는 자서전에서 "백인들이 밀집한 남부지역 대회에서는 살해 협박의 공포를 느꼈을 정도"라고 회고했다. 실제 1965년에는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X가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횡포에 시달리다 피살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꿈의 메이저' 마스터스는 특히 견고한 '인종장벽'을 두르고 있었다. 흑인들이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의 그린을 밟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백인의 캐디가 되는 것뿐이었다. 시포드가 1962년 캐나다오픈에서 67타를 치며 선두를 달리자, 오거스타내셔널은 일찌감치 "올해 캐나다오픈 우승자에게는 자동 출전권을 부여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흑인에게 클럽하우스를 개방한 게 1975년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엘더였다. 1974년 몬샌토오픈 우승으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엘더가 등장하자 흑인 캐디들은 눈물을 흘리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1995년. 당시 아마추어골프계를 평정했던 우즈가 마스터스에 데뷔했고 2년 뒤 1997년에는 드디어 흑인 최초로 '그린재킷'을 입었다. 시포드는 "그 무엇도 나를 방해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서다."라고 했다. 오는 11월24일 열릴 시상식에는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상상력을 초월한 예술가부터 미국의 새 장을 연 공무원과 과학자 등 나라와 세계의 변화를 위해 싸우고 공헌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라고 소개했다.
타이거 우즈가 2009년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 당시 찰리 시포드(오른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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