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텔스機 무장, 강병부국(强兵富國) 노린다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양낙규 기자] 일본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ATD-X가 시험비행을 앞두고 있다. ATD-X는 일본 방위산업이 글로벌시장으로 이륙하는 발판이 된다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일본은 전투기를 독자개발할 기술적인 역량은 갖췄지만 그러기엔 국방예산이 빠듯하다.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에는 약 1조엔이 소요된다. 일본 국방예산이 연간 5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을 고려할 때 큰 부담이다.공동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그런데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개발하는 국제 프로젝트에 끼려면 첨단 전투기를 스스로 개발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만들어본 적이 없으면 프로젝트에 기여할 거리가 축적되지 않는다. ATD-X는 일본이 처음 단독으로 개발하는 스텔스 전투기다.

일본이 개발해 내년 1월 시험비행에 나서는 차세대 전투기 신신. 사진=일본 방위성

일본 정부는 때맞춰 방위산업의 시장을 자국 내로 한정하던 제도를 들어냈다. 이전까지 일본 방위산업체는 무기를 일본 밖으로 판매하지 못했다.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무기 수출 3원칙'에 걸렸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이 원칙을 '방위장비 이전 3원칙'으로 대체해 무기 수출길을 열어줬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무기 수출이 허용된 만큼 미국과 유럽에서 전투기를 공동개발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고 들려줬다. 미국은 국방예산이 삭감됐기 때문에 일본에 차세대 전투기를 함께 만들자고 손을 내밀 유인이 있다. ◆국가적 의미 실린 전투기= 최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 산케이(山經)신문 등 일본 언론은 ATD-X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ATD-X는 신신(心神)이라고 불린다. 개발에 착수된 2010년 초기에 붙은 이름이다. 길이 14m에 폭 9m, 높이 4.5m다. 탄소섬유 재질이 전파를 흡수해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고 비행할 수 있다. 고열에 견디는 티타늄-알루미늄 합금과 경량 소재로 제작한 엔진은 무게가 640㎏으로 가벼우면서도 추진력이 5t에 이른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비행·추진제어 기술이 통합된 신신이 뛰어난 전투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가벼운 동체와 조종 용이성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높은 승률을 자랑한 제로센(零戰)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른 신신의 다른 이름은 '헤이세이(平成)의 제로센'이다. 헤이세이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취임한 1989년을 기원으로 하는 연호(年號)다. 신신은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이 계열사 나고야(名古屋)항공우주시스템제작소에서 제작하고 있다. 나고야항공우주시스템제작소는 2차 대전 이전부터 제로센을 만든 곳이기도 하다. 신신은 현재 도요야마(豊山) 고마치미나미(小牧南) 공장에서 동체 강도를 측정하고 작동시스템을 점검하는 테스트를 받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외에 IHI, 후지중공업, 미쓰비시전기 등에서 온 톱 엔지니어들이 작업 중이다. 신신은 내년 1월 첫 시험비행에 나선다. 일본 국방성은 스텔스 성능과 조작성을 검증하는 시험을 거친 뒤 2018 회계연도에 신신을 생산하도록 할지 결정한다.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신신은 2030년대 초·중반에 완전 배치된다. 신신이 배치되면 현재 일본 공군의 주력인 F-15J와 F-2의 뒤를 잇는다.◆자체 기술의 강점= 헤이세이의 제로센은 일본과 관련한 미국의 군사전략이 바뀐 결과 개발될 수 있었다. 미국은 전에는 일본의 전투기 독자개발을 용인하지 않았다. 일본이 전투기를 스스로 개발하면 자국의 군사기술 우위가 무너질 것을 우려했다. 미국은 대신 일본에 전투기 공동개발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그래서 제작된 게 F-2다. 일본이 자체 제작하려고 하자 미국은 1987년에 함께 개발하자고 압력을 넣었다. 당시 일본은 이미 미사일과 레이더 같은 기본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취약한 부분은 엔진이었다. 일본은 미국에서 제조된 F-2용 엔진을 구매하고자 했다. 미국은 공동개발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일본은 자체 제작에 실패할 경우 국방역량이 약해진다는 우려 때문에 결국 GE 엔진을 받고 미국과 함께 만들기로 했다. 일본은 2000년에 미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22를 구매하려고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미국은 기술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했다. 그러자 일본은 첨단 전투기는 스스로 제작하는 외에 선택이 없다고 결정하게 됐다. 일본 방위성 측은 독자 개발 전투기가 국방을 위해 바람직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현대 공중전에서 전투기들이 서로 미사일과 기관총을 발사하는 교전은 드물다. 정보기술 네트워크가 승자를 결정한다. 특히 스텔스 전투기는 지상 레이더와 공중 정보기에서 받는 적 전투기에 대한 정보가 관건이다. 항공자위대 관계자는 "우리가 필요하다고 여길 때마다 레이더를 업데이트하지 못할 경우 성능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주력 전투기 J-10. 사진=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방위성 기술연구본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 위협을 고려할 때 일본은 제트 전투기 개발을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체 기술을 양성해 방위력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항공자위대 관계자는 자체개발하면 일본이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전투기 기종을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에 2개국 이상이 관여한 전투기는 이 작업에 시일이 걸린다. 예를 들어 한 나라가 특정한 부분의 성능을 개선하고자 하면 그 부분을 담당한 다른 나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방위산업 수출 기대= 미쓰비시중공업은 2차대전 때 제로센 전투기 외에도 전함 야마토와 '10식 전차'를 제작했다. 전후에도 일본 군수산업의 리더 자리를 지켜왔다. 글로벌 방위산업체 중에는 29위에 랭크됐다. 무기수출 3원칙이 폐기되면서 미쓰비시중공업이 앞장선 일본 방위산업체가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일본 우베흥산이 제조하는 전파 흡수 소재를 예로 들었다. 이 소재를 활용하면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전투기를 제작할 수 있다. 또 미쓰비시전기와 영국 방위사업자 MBDA는 지난여름 공대공미사일을 함께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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