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 발표
-내년까지 임대주택 1만3000가구 추가 공급…민간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엔 인센티브 등 역부족-졸업 후 3년차 취업준비생 등 7000명에게 월세 30만원 2년간 지원[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윤나영 기자]정부가 임대주택을 늘려 전셋값을 잡기로 한 것은 저금리, 집값 상승에 대한 낮은 기대감 등으로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오르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거나 외곽지역으로 밀려나는 세입자 보호에 중점을 뒀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공급 조절을 통한 주거비 경감 정책에 공감하면서도 민간 참여를 늘리기 위한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공급 늘려 전월세 수급 불안 잡는다= 국토교통부가 30일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의 골자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전세 수요 분산이다. 바로 입주할 수 있는 매입·전세임대를 집중 공급해 전셋값 상승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얘기다.국토부가 내년까지 추가 공급하기로 한 임대주택 물량은 총 1만3000가구다.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다가구·연립을 매입하거나 전세를 얻어 다시 보증부 월세로 임대하는 매입·전세임대주택을 서울, 경기 남부 등 전월세 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집중 공급한다. 올해 공급하기로 한 물량 중 남은 1만4000가구를 11월까지 조기 공급하고 12월 중 3000가구를 추가로 내놓는다. 내년에도 원래 공급 계획보다 1만가구 늘려 5만가구로 잡았다. 매입 비용도 가구 당 평균 500만원씩 올려, 매입임대는 9500만원, 전세임대는 8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장기적으로는 2017년까지 민간과 공공이 공동 출자한 공공임대리츠 방식으로 공급되는 물량을 5만가구에서 6만가구로 1만가구 늘릴 계획이다. 또 장기임대주택 건설 때 지방자치단체 조례와 관계없이 국토계획법에 따른 상한선(200%)까지 용적률을 일괄 부여하기로 했다. ▲미분양 임대주택에 양도소득세 50% 감면 ▲민간건설 10년 공공임대 자금 지원 확대 ▲준공공임대 다세대·연립 층수제한 5층으로 완화 추진 등도 추진한다. 이 밖에 취업준비생 등 저소득층 전용 월세 대출이 한시적으로 도입된다. 주택기금을 활용해 '비자발적' 월세 세입자에게 직접 월세를 지원하는 것으로, 내년 1월 500억원 규모로 실시된다.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이나 일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희망키움통장 가입자), 근로장려세제(ETC) 가입자 중 7000여명에게 매달 30만원씩 2년간 연 2%로 대출해준다. 3년 후 일시상환하면 되며 월세 미반환 위험에 대비해 주택금융공사의 월세대출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부실 우려가 있지만 학자금대출처럼 미래를 보고 정부가 직접 월세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김재정 주택정책관은 "지원한도를 전국 평균 월세의 절반 수준인 30만원으로 해 과다 대출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한편 연체 없이 원리금을 상환하면 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때 금리우대를 해주는 등 성실한 상환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고공행진하는 전셋값 잡을까= 전문가들은 공급 조절을 통해 주거비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정부 정책에 동의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 부장은 "전세는 수요 조절이 힘들어 공급 조절로 갈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려 임대료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가 워낙 빨라 정부 의도대로 '공급 확대 전략'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9월 기준 69.2%로 2001년 10월 최고치(69.5%)에 근접했다. 전월세 거래량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67.1%에서 올해 58.4%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재건축 여파로 서울에서만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2만4000여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한다. 재건축에 따라 5만3000가구가 헐리는데 신규 입주 물량은 4만1000가구에 그쳐 1만2000가구 안팎의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민간을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민간 위주로 돌아가는 임대주택 시장에서 민간 공급을 늘릴 만한 '당근'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셋값 급등 지역에서 매입임대주택으로 확보할 만한 대상이 많지 않다"며 "준공공임대의 경우 전셋값 상한률이 정해져있는데 의무임대기간을 8년으로 줄인다고 해도 민간임대사업들을 끌어들이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도 "다주택자 임대사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의 세제 지원 내용이 빠져있다"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PB센터 팀장은 "다세대를 매입·전세임대로 돌리고 더 나아가 건설임대로 확대한다는 측면은 환영할만하다"면서도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하우스푸어를 구제하기 위해 이를 소형 아파트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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