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외교·안보팀 '얼라'비판 ·당직 고사에도 양측 모두 침묵
[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어린아이의 방언)들이 하는 겁니까." "국가안보실장, 외교장관, 통일장관, 비서실장이 다 모여 기껏 짜낸 꾀가 이것밖에 안 됩니까."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에게 이 같이 쏘아붙인 사람은 다름 아닌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청와대 외교안보팀을 '얼라'로 표현하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까지 깎아내린 것이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 기간 중 벌어진 '중국경도론' 자료 취소 해프닝과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차 방문한 북한 실세 3인방의 박 대통령 면담 거절과 관련, '대통령 참모진의 보좌 미숙'을 비판한 것이지만 발언 수위가 높아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근혜계 의원들에겐 불쾌감을 줄 수밖에 없었다. 대표 취임 뒤 첫 선거(7ㆍ30 재보궐선거)에서 완승하며 매끄러운 출발을 한 김무성 대표는 정작 당직 인선에서 제동이 걸렸다. 당 살림살이를 책임질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 인선이 문제가 됐다. 김 대표는 2016년 총선까지 큰 선거가 없는 만큼 개혁성향의 사무총장을 통해 당 체질을 바꾸고자 했다. 성공 여부가 자신의 차기 대선 도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유 의원을 적임자로 봤다. 이회창 총재 시절부터 인연을 맺는 등 '원조 친박'으로 꼽히면서도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등 두 사람의 처지도 비슷했다. 김 대표는 개혁성향으로 당내 핵심 경제통이면서 할 말은 하는 유 의원의 성격도 마음에 들었다. 김 대표가 계획한 당 혁신작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고 자신의 당직 인선에 대한 친박계 진영의 불만도 차단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로 판단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사무총장직을 거절했고 이로 인해 김 대표의 첫 인선은 꼬였다. 친박계와 김 대표 측 모두 유 의원에 대해 어떤 불쾌함도 표현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참모진에 대한 수위 높은 발언은 일부 언론이 '논란'이란 제목까지 붙여 보도했지만 친박계는 침묵했다. 유 의원의 사무총장직 고사로 순조롭던 김 대표의 당 운영이 꼬였고 김 대표도 내심 불편한 심기를 보였지만 측근들은 유 의원에 대해 서운함조차 내색하지 않았다. 친박과 비박진영 모두 두 사안을 두고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겉으로 표출된 불만이나 비판은 없다. 이를 두고 중도성향의 한 당직자는 "유 의원이 대중적이진 않지만 여의도에선 그가 소신과 철학이 있으면서도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정치인으로 통한다"면서 "컨텐츠는 물론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갖고 있다는 것을 그와 활동을 해본 의원들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 중 가장 흡족해 했던 인사가 유 의원이라고 한다. 쏟아지는 각종 보고들 중 경중을 정확히 선별하고, 무겁고 어려운 주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했기 때문이란 게 당시 당직자들의 전언이다. 비례대표 현역 초선이던 유 의원을 2005년 10ㆍ26 대구 동구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시킨 것도 그만큼 유 의원에게 각별했기 때문이다. 당시 유 의원은 비서실장이었고 공천을 책임졌던 사람은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김 대표였다. 김 대표와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세 사람 간 정치적 유대 관계도 매우 끈끈했다. 하지만 세 사람 간 관계는 지나온 시간만큼 간극이 생겼다. 정치권에선 최근 유 의원을 두고 "독자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을 한다. 현재 그는 당내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고 유 의원도 지난 9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차기 원내대표 출마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당 사정에 밝은 일부 당직자들은 "그가 대중성만 키우면 유력한 당내 차기 주자군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했다. 만일 유 의원이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 여당 사령탑으로 발돋움할 경우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그와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할 수도 있다.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