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심상치 않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전세 평균가는 1억8135만원으로 1년 전보다 8.9%(1622만원)가 올랐다. 서울은 3억1115만원으로 9.4%(2914만원)나 뛰었다.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집값에 대한 전세값 비율)은 66.3%로 2001년 12월(66.4%) 이후 최고치다. 서울 성북, 서대문구와 경기 군포, 안양, 수원 등 수도권에는 70%를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경기 화성 등의 일부 아파트는 90%가 넘는 곳도 있다. 정부는 당초 주택담보대출 및 재건축 연한 등 부동산 규제 완화로 주택 매매시장이 활력을 회복하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바뀌어 전세시장도 안정될 것으로 봤다. 정부 의도대로 매매시장은 다소 활기를 찾았다. 올 1~9월 주택 거래량은 32만3761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5.3% 늘었다. 주택 매매가격도 상승세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전셋값 오름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부양책에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소득 정체로 가계 구매력이 떨어진데다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임대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임대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받는 게 더 이익이라는 현실도 한몫을 하고 있다. 재건축 연한 규제 완화도 요인의 하나다. 집없는 서민들은 전셋값이 치솟으면 울며 겨자먹기로 은행 빚을 늘려야 하는 처지다. 실제 올 들어 8월까지 전세자금대출 신규취급액은 월평균 1조3000억원에 달했다. 2011년 월평균 7500억원에 비춰 3년 새 5500억원이나 증가한 셈이다. 빚을 내서 오른 전세 보증금을 감당하는 이른바 '렌트푸어'가 늘어난 셈이다. 서민 가계의 고통은 물론 금융권의 부실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 거래 활성화로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정책은 벽에 부딪쳤다. 공공임대주택 등 공급 물량을 늘려 늘어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신축으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은 시차가 있어 어려운 만큼 당장의 물량을 증가시키는 게 급하다. 공적 기금을 활용해 매입임대주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 재건축, 재개발 시기도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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