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은 금리인하, 정책공조를 택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늘 회의를 열어 10월 기준금리를 연 2.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8월 이후 2개월 만의 추가 인하다. 내수 부진과 저물가, 엔화가치 하락 등 대내외적 경제불안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은이 '독립성 훼손' 비판의 부담을 안고 정부의 성장 드라이브 정책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이 정부의 압박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문제는 인하 이후다. 당장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지 않는지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번 금리 인하로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의 방어벽 역할을 하는 대내외 금리차가 더욱 좁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달러 강세 속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며 시장을 위축시키는 터다. 초저금리가 경기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도록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것은 금리가 높아서라기보다 마땅히 투자할 데를 찾지 못해서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상당한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 성장의 확신을 주면서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제공해야 기업의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와 질적 악화 정도를 철저히 모니터링 해 서민층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긴요하다.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은 재정확대와 양적완화에 집중돼 있다. 발권력을 동원한 한은의 대출잔액은 지난달 말 13조원을 넘어서 외환위기 이후 최대다. 세수가 부족한 정부가 한은을 압박해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그런데도 엔저가 지속되고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는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며 수출이 줄고 내수는 냉랭하다. 자칫 돈만 풀어 국가부채와 가계부채만 부풀린 채 경기는 회복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산업ㆍ노동ㆍ기업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경제체질 개선 없이 부양책만 쓰는 것은 환부 수술 없이 링거액만 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호전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속으로 곪거나 전이돼 더 큰 병이 될 수도 있다. 우리 경제가 대내외 여건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체질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최경환 경제팀과 중앙은행의 책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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