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고시 SSAT도 역사·철학 등이 대세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김은별 기자] 지난 12일 삼성이 입사의 첫 관문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른 가운데 올해 대기업의 채용시험에서는 사설학원 강좌나 채용관련 서적에 의존한 수험생보다는 인문학 지식과 소양을 갖춘 인재가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들이 암기 위주의 준비로 풀 수 있는 문제보다는 최고 기술과 관련된 상식, 한국사, 세계사,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한 인재채용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채용 시스템을 주도해 온 삼성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 내년에는 채용 시스템의 대대적 변화를 준비중이어서 내년 채용에서도 올해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고는 보장할 수 없다, ◇올해 대기업 채용 인문학이 대세= 삼성 입사의 첫 관문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최신 기술과 관련된 상식은 물론, 한국사에 이어 철학과 세계사를 혼용한 문제까지 등장하며 역대 최고의 난이도를 선보였다. 지난 12일 치러진 SSAT의 가장 큰 특징은 인문학 지식과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한 문제가 집중됐다는 점이다. '개화기에 조선을 침략한 국가 순서'나 '고려시대에 발생한 사건의 순서'를 묻는 한국사 문제는 물론 중세 철학자를 나열한 뒤 활동시기를 묻는 문제, 철학과 세계사가 혼용된 문제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이는 사교육 시장을 통해 단순 암기식으로 합격하는 사례가 늘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역사적 사실을 묻는 게 아닌 배경까지 알아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삼성 관계자는 "역사를 바로 아는 과정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며 "직무능력을 알기 위한 단순한 질문으로는 인재 찾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실제 인문학이 강화된 이같은 채용 시스템은 삼성의 상반기 SSAT 이후 확산됐다. 지난 9일 실시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적성검사에서는 '몽골과 로마제국의 성장 과정과 이를 통해 현대차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과 '우리나라 위인 가운데 시대적 상황에 의해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인물을 골라 서술하라'는 에세이 문제가 출제됐다.LG그룹 역시 이달 초 실시한 적성검사에서 한국사 문항을 추가했다. 지원자의 역사관을 통해 입사 후 적응 가능성이나 대인관계, 의사소통 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채용 시스템 변화 예고= 삼성의 SSAT에는 내년말 서류전형 부활 등 채용 과정 변화를 앞두고 10만여명의 응시자가 몰렸다. 때문에 삼성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변별력이 떨어진 채용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 고비용 채용 시스템의 변화는 불가피해져서다.삼성이 서류전형 도입 등 채용 시스템의 대대적 변화를 준비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만여명이 몰리는 등 과열된 인기만큼 사회적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에서다. 현재 취업시장에는 SSAT에 대비한 사설학원 강좌는 물론 관련 서적도 수십종에 이르고 있다.의도와 달리 사교육 열풍을 조장하는 것으로 지목된 삼성도 편한 입장은 아니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응시생들을 위해 장소를 섭외하고 시험 관리감독을 위해 인력을 투입하는 등 쏟아부어야 하는 비용만 매년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서류전형과 에세이 작성 등을 새로 도입해 SSAT 관련 비용을 줄이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SSAT 폐지 등 대대적 변화까지 언급되고 있지만 SSAT 역시 변별력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인 점을 감안하면 폐지 가능성은 낮다.삼성의 변화를 바라보는 다른 기업들의 시선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삼성이 1995년 SSAT를 내놓은 후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슷한 채용 과정을 도입한 것과 같이 새 채용 시스템 역시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참고하고 있는 만큼 뛰어난 인재를 뽑기 위한 삼성의 채용 변화에 업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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