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국내 산업계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비해 신증설 계획을 재검토하고 나섰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증설로 추가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 석유화학, 전자, 완성차 등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비용부담이 커지는 업체들은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신증설은커녕 공장가동을 오히려 줄여야 할 상황이다. 이들 업체들은 중장기 전략으로 수립한 공장 신증설을 정부가 마련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에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신증설로 인한 기업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 부담이 가장 큰 국내 철강업계는 800만t 이상에 달하는 증설 계획이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에 반영되지 않아 증산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 포스코는 국내에서 신증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급 과잉도 원인이지만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따른 대비 차원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내년 2월 포항2고로 개수고사에 들어가지만 이전의 고로 개수공사와 달리 증설은 하지 않은 채 노후설비 교체로 생산효율성만을 늘릴 계획이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따라 설비 가동을 중단하거나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업황 부진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로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이지만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대오일뱅크와 일본 코스모오일 합작사인 현대코스모는 지난달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의 80만t 규모 파라자일렌(PX)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과 에쓰오일, 삼성토탈, GS칼텍스 등 PX 메이커들은 지난 2월부터 10~20% 가동률을 줄인 상태다. 반도체 업계는 국내 증설이 어렵다고 보고 해외 생산량 증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와 해외에 사업장이 있는 반도체 기업 A사는 배출권 부담비용으로 국내 생산량 조정을 고심하고 있다. 해외 사업장은 배출권거래제 미시행 국가여서 국내 사업장과 제품 원가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A사가 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동안 부담예상액을 자체 분석한 결과 최대 약 6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완성차 업체 B사도 가동률을 높여 생산량을 약 50% 이상 확대하려 하나 그만큼 배출권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증설을 고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계획이 수립돼 있는 신증설에 대해서라도 전망치를 수정해 재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중국, 일본 등과 생존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금이 발생할 경우 경쟁력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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