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황영기 승소엔 명확한 법근거가 배경 당국으로부터 같은 징계 받았지만 黃은 '행정법규불소급' 조항 제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뒤 법정소송을 예고하면서 금융권의 시계추가 5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현 상황이 2009년 9월 퇴진한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당시 황 회장은 직무정지 3개월을 받고 행정소송을 내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임 회장 측에선 희망을 가질 만한 전례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과 황 전 회장은 모두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데 공통점이 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주의적경고·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에 해당된다. 소송불사를 선택한 임 회장에게 황 전 회장의 승소는 희망을 주는 사례다. 황 전 회장은 2009년 9월 직무정지를 받은 후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2월 대법원으로부터 업무집행정치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두 수장이 당국으로부터 같은 징계를 받고 같은 대응을 했지만 결과마저 동일할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 황 전 회장의 경우 이미 퇴임한 우리은행 대표이사 재직 시절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 건이 징계 사유가 됐다. 하지만 그가 퇴임할 당시 은행법에는 재임 중인 임원에게 제재할 수 있는 규정만 있었을 뿐 이미 퇴임한 임원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이는 대법원이 황 전 회장에 대한 통보조치가 행정법규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배경이다. 한마디로 황 전 회장에겐 탄탄한 법적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임 회장의 경우엔 다르다. KB금융의 주전산기 교체 사태로 지난 5개월간 조직 내부의 알력다툼, 지배구조의 난맥상 등이 마구잡이로 외부에 노출되면서 금융권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고객 불안을 야기했다. KB금융 이사회의 반응 역시 5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사외이사가 주요 경영 의사결정 사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KB금융 이사회는 그간 금융당국의 관여를 완강히 거부해왔다. 황 전 회장이 사임한 2009년 후임 회장 선임을 두고 당국이 이듬해 3월까지 기다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사외이사들은 이를 거부하며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을 내정했다. 지난해 임 회장 선임 때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하지만 임 회장의 거취를 논의할 사외이사들의 분위기는 황 전 회장 때와 다르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만나 임 회장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며 KB경영정상화를 위한 결정을 요청했다. 한층 강력해진 금융위의 대응에 이 의장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금감원도 사퇴를 거부한 임 회장을 15일 검찰에 고발하고 감독관 파견을 KB금융 전 계열사로 확대하는 등 전 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