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보건복지부가 또다시 담뱃값 인상을 거론하고 나섰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예고도 없이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불쑥 말을 꺼냈다. 국민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갑당 평균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으로 20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인상률이 80%에 이른다. 말이 담뱃값이지 실은 담배세를 올리자는 것이다. 담뱃값 중 세금(부담금 포함)의 비중은 현재 62%다. 담뱃값이 4500원이 되면 이 비중은 79%로 뛰어오른다. 연간 3조~4조원의 증세효과가 있다. 물론 문 장관이 담뱃값 인상을 내세운 명분은 세금증대가 아니라 국민 건강이다. 담배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담뱃값은 가장 싸다. 담뱃값은 지난 10년간 오르지 않았다. 인상론이 힘을 받는 이유다. 그럼에도 담뱃값 인상론에 논란이 따르는 것은 세금이라는 다른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담뱃값을 올리면 세수는 늘어나지만 흡연자의 부담은 무거워진다. 조세정책 담당 부서인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뱃값 인상은 넣지 않았다. 담뱃값 인상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소비자물가지수가 0.62%포인트나 오른다고 한다. 담뱃값 인상은 조세의 형평성을 떨어뜨린다. 담배는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더 많이 소비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이유로 기재부는 담뱃값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국회 개원을 전후해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을 주장하고 기재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일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그때마다 국민들 사이에 찬반양론이 비등했지만 국회에서 여야가 유권자 눈치를 보다가 흐지부지해버렸다. 서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담뱃값을 인상하려거든 그래야 하는 이유와 인상폭에 대한 부서 간 이견조율 후 단일한 정부안을 내놓아야 한다. 담뱃값 인상에 따라 늘어나는 세수는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도 밝혀라. 문 장관이 정부입법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그러는 것도 좋겠다. 정부가 이런저런 말만 툭툭 던져 놓고 국회더러 알아서 하라고 할 일이 아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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