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단식 중 김영오 씨 면담 거절.. 세월호 선긋기 의도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대화와 타협, 조율이라는 민주적 절차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실종됐다. 그리고 현실정치의 한가운데 있어야 할 대통령은 집무실에 앉아 시민의 광장으로 나
박근혜 대통령
오길 거부한다. 국가적 참사에서 딸을 잃고 39일째 단식 중인 아버지의 면담신청을 박근혜 대통령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세월호특별법을 두고 여야는 합의와 파기를 반복하고 있고 유가족들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야당 대표를 문전박대했다. 21일 청와대는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을 유가족들이 전날 거부한 것과 단식 중인 김영오 씨가 같은 날 신청한 대통령 면담요청에 대해 새로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정국을 '셀프' 종료하고 경제민생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뒤 이 사안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민경욱 대변인은 "대통령이 (단식 중인) 김영오 씨를 만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오전 쏟아지는 빗속에서 단식하며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김 씨에게 '면담 거절'이란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대통령이 뚜렷한 해결책을 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보다는 만남 자체를 회피하거나 무시하고 싶어 하는 기색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청와대는 "무슨 일만 있으면 대통령과 만나 담판을 지으려고 하는 것이 정상적이냐"고 반문한다. 또 법률 제정은 의회의 몫이며 대통령은 간섭해선 안 된다는 원칙도 내세운다. 그러나 이미 의회로 넘어간 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의견을 피력하거나 처리를 압박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았다. 특정 법안을 정부안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적도 있다.특별법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데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유가족에 대해 "요구가 지나치다"는 부정적 여론이 강해진다면 박 대통령의 침묵은 성공한 정치적 판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김 씨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와 단식에 동참하는 정치인들의 행보가 시민사회로까지 확산된다면 박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든 광장으로 떠밀려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정치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고 침묵하는 대통령의 심정을 대변인은 긴 한숨으로 대변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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