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은 매력적이다. 같은 재료를 투입하면 시스템이 상응하는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은 사람을 안심시킨다. 한 유능한 인재가 있어서 신문의 품질이 올라가고 성가가 높아지면, 경영자는 기쁨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당장의 실적에 만족하면서도, 만약에 저 인재가 다른 회사로 가거나 유고가 생긴다면, 신문은 그가 있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한다. 그때 경영자는 저 인재가 지닌 특징들을 시스템 속에 체화(體化)시켜 그가 빠지더라도 지속 가능한 혁신으로 유지되도록 하고자 한다. 어떻게 체화시키는가. 그의 역량을 다른 조직원들이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믿는다. 이런 시도는 성공할 수 있는가. 스티브 잡스가 그것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잡스 사후, 애플의 시스템들은 잡스가 있을 때와 다름 없이 움직였다. 애플은 변화가 없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혁신은 과거와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라는 것을 잊었다. 잡스의 역량을 복제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잡스의 센스와 비전과 대담성과 의지까지 복제할 수는 없다. 인간을 시스템화하는 일은, '현재' 그 이상을 만들어내긴 어렵다. 인간은 시스템보다 크기 때문이다.내가 소속했던 어떤 신문사의 리더는 시스템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었다. 투입과 산출이라는 그 중간에 기계와 더불어 인간을 끼워넣었다. 편집도 투입과 산출의 문제였다. 그에게는 말이다. 기사를 투입하면 신문이 나온다. 편집기자는 그 중간에서 일정한 기능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그 기술을 지닌 자이다. 편집기자가 바꿀 수 있는 여지를 가능한 한 줄이고, 좋은 투입으로 좋은 산출을 내는 것을 꿈꾸었다. 편집기자 대신 디자이너로 과감히 교체하기도 했다. 한 디자이너는 그의 앞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그리드 편집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기사는 글자라는 쌀알과 같으며 그것을 편집 틀 속에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배치되어 신문이라는 밥으로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동적인 프리젠테이션이었다. 신문사의 실험은, 10년여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거의 이전 상태로 회귀하거나 무미건조한 밥을 생산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나는 이것을 시스템 신화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이 신문사가 저 시스템을 고민하면서 들인 돈을, 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영입하는데 썼더라면, 놀라운 결과가 나왔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을 경시하는 경영이 낳는 손실은 우선은 잘 보이지 않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시스템 맹신이 조직 전체를 크게 상하게 하는 어리석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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