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원조 강남론'…노회찬 '메기론'

7·30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된 동작乙의 풍경

나 "동작乙 강남4구 개발하겠다" 노 "다른 후보들 긴장하게 만들 것"시민 반응은 썰렁, 최저투표율 우려도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7ㆍ30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 주말인 20일. 서울의 유일한 선거구인 동작을 현장은 '최고 격전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차분했다. 텅빈 거리에 현수막만 나풀거렸다. 역대 최고 규모인 15석의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여야가 연일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민심은 선거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여야 모두 역대 최저 투표율을 걱정한 것이 기우가 아닐 수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나경원 새누리당,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노회찬 정의당 후보 등 세 후보는 이날 각자의 스타일에 맞춰 유세를 펼쳤다. 나 후보는 "동작을 강남4구로 키우기 위해 제2의 테헤란로를 구축하겠다"며 눈길끄는 개발공약을 내놨다. 기 후보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인지 지역 곳곳을 돌며 이른바 '기동 유세'로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노 후보는 거리에서 시민들과 마주 앉아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서 여당과 제1야당에 대해 날을 세웠다."동작은 왜 집값, 땅값이 더 쌉니까. 동작대로를 사이에 두고 왜 (강남에) 박탈감을 느껴야 하나요." 나 후보는 이날 오후 1시쯤 사당시장 앞 대로변에서 '동작을 강남4구로'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나 후보는 "원래 동작이 강남의 원조인데 지금 강남3구라 하면 강남ㆍ서초ㆍ송파만 얘기하고 동작은 빠져 있다"며 "이제 동작은 '강남4구'에 당당히 포함돼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정보사령부를 빨리 이전해 사당로를 확장하겠다"고도 했다. 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옆에서 "도심 한복판에 아주 은밀한 정보를 요하는 군부대가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거들었다.나 후보의 '강남4구 개발 공약'은 동작구민의 마음을 잘 파고들었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정작 현장의 관심은 '공약'보단 '인물'에 있었다. 한 중년 남성은 나 후보를 향해 "실물이 더 낫네"라며 외모를 칭찬했다. 다른 중년 여성은 김 대표에게 "같은 고향 사람"이라며 다가가 사진촬영을 청했다.같은 시각, 걸어서 불과 2~3분 떨어진 거리에서 노 후보와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플라스틱 의자 수십여개를 놓고 시민들과 '즉문즉답'을 진행했다. 중년 지지자의 환호가 들렸던 나 후보의 유세와는 달리, 이곳엔 주로 20~40대 남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차분히 유세가 진행됐다. 시민들은 "야권 단일화를 어떻게 생각하나", "동작에서 낙선할 경우 다음번에 또 다른 지역에 갈 건가" 등 일명 '돌직구 질문'을 쏟아냈다.노 후보는 "굉장히 유명하고 돈도 많고 능력도 대단한 분이 이 지역의 국회의원으로 와서 많이들 기대했지만 굵직굵직한 개발공약을 해 놓고선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을 비판했다. 또 "누구의 오른 팔이라는데, 그러면 그 분은 왼팔만 가지고 서울시장을 하고 있느냐"며 '박원순 마케팅'을 내세운 기 후보를 비꼬았다. 조 교수는 "어부들이 고기를 잡아 그대로 두면 다 죽어버려서 일부러 메기를 풀어 긴장하게 만든다"며 "새정치연합 밖에서 메기 같은 역할을 할 사람이 노 후보"라며 '노회찬 메기론'을 펼쳤다.기 후보는 온종일 얼굴 알리기에 사활을 건 모습이었다. 오후 5시부터 유세차 트렁크 위에 올라타 마이크를 잡고 상도동 일대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누비며 세시간에 걸쳐 '기동 유세'를 했다. 그러나 기 후보의 유세 차량에 대한 큰 호응은 없었다. 캠프 관계자는 "사람을 모으고 따라다니는 기존 유세와 달리 '들어 달라'는 콘셉트"라며 "원래 유세라는 게 벽보고 말하는 것"이라며 의연한 척 했지만 내심 초조한 모습이었다. 오후 6시쯤 안철수 새정치민주엽합 공동대표가 등장하자 그제야 주변이 술렁였다. 안 대표는 "내 옆에 있는 기동민은 박원순의 성공적인 시정을 이끈 일등 공신"이라며 기 후보를 치켜세웠다.이날 오후 동작중학교 체육관에서는 세 후보의 어색한 조우가 이뤄지기도 했다. 기 후보가 두 사람을 향해 "이쪽으로 오시죠"라고 웃으며 말을 건넸지만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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