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수출이 40억달러 이상 줄었고, 수입도 30억달러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불황형흑자 아닌가요?" "아, 단연코 그건 아닙니다." 지난 27일 오전. 소공동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 논쟁이 되풀이 됐다. 월간 경상수지 장부가 공개될 때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날의 문답엔 유독 날이 서 있었다. 이날 발표된 5월 경상수지는 27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전월비, 전년 동월비 수출 감소폭이 제법 컸다. 경상수지는 결과적으로 93억달러 흑자를 냈지만, 수출이 전월 567억2000만달러에서 526억1000만달러로 41억달러 이상 줄었고, 수입도 460억7000만달러에서 432억6000만달러로 28억달러 이상 축소됐다. 현장에선 대규모 경상 흑자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도 문제지만, 그나마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마저 휘청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우려에 대해 한은은 "결코 불황형 흑자가 아니며, 영업일 수가 줄어 수출 감소폭이 컸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영업일 수 하루가 줄었을 때 통상 어느 정도로 수출에 타격을 주는지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국외보다 국내 활동이 많았다는 동문서답을 내놓기도 했다. 논란이 거듭되면서 사후 백브리핑 시간이 평소의 두 배 이상 길어졌지만, 한은의 난해한 설명은 불황형 흑자 논란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영업일 수 감소분(1.5일)에 비해 수출 감소폭이 두드러지게 벌어졌다"면서 "한은도 무조건 불황형 흑자라는 단어를 기피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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