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달은 트윗이 발단이었다. 지난 19일 영국 노동당 트위터에 '모든 이에게 자신의 부엉이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내용만 보자면 '1인 1부엉이'를 촉구하는 정치적 구호였다. 얼마 뒤 트윗은 삭제됐고, 노동당은 "부엉이 트윗은 해킹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1인 1부엉이 정책'에 대해 온라인 찬반 투표를 실시했고, 무려 92%의 영국 국민이 찬성표를 던졌다. 다음 날 노동당의 한 의원은 생후 14일 된 부엉이를 안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기다렸다는 듯 합성 사진들이 등장했다. 부엉이가 의사당에 점잖게 앉아 있거나 의원들 어깨에서 으스대는 모습들이었다. 영국 주간지 미러는 1인 1부엉이 정책을 시행하는데 700억파운드가 소요될 것이라는 기사를 정색하고 실었다. 누군가의 해킹 장난에 점잖은 언론과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영국은 한바탕 부엉이 홍역을 앓았다. 이를 지켜본 국내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면서도 재기발랄하다. '영국은 해리포터의 종주국이다(해리포터의 친구 헤드위그가 흰 부엉이다)'부터 '유럽에서 부엉이는 현명함의 상징으로 정치꾼들을 꼬집는 트윗'이라는 촌평까지. 영국의 부엉이 사태는 '인터넷의 역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정보가 '참'이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이다. 지난 9일 트위터를 달군 서해 꽃게잡이 중국 어선 사진도 마찬가지다. 수백척의 중국 어선들이 서해 꽃게를 싹쓸이하는 증거로 알려져 반중(反中) 감정이 들끓었지만, 사실은 댜오위다오섬으로 향하는 반일(反日) 시위 중국 어선의 행렬이었다. 혹자는 개탄했다. "틀린 정보를 바로잡는 속도보다 틀린 정보가 확산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게다가 거짓은 오래 간다. 삼성이 애플 특허를 침해해 15억달러를 물게 됐고 5센트 동전으로 30대 트럭에 채워 지불했다는 루머는 아직도 인터넷을 유령처럼 떠돈다. 인터넷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진실할 것 같지만 때론 충동적이고 위선적이며 엉뚱하다. 참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참이 되는 심술도 자주 부린다. 익명 게시판은 허위 비방과 마타도어가 난무하고, '댓글 부대'는 오늘도 좁은 골방에서 킥킥대며 여론을 왜곡한다. 이것이 인터넷의 역설이다. 세계적 석학 움베르토 에코는 '쓰레기 정보를 판단할 능력'을 강조했지만,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정보의 바다'를 보노라면 폭풍우라도 한번 세차게 몰아쳤으면 하는 망상에 빠져든다.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