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검증보도에 ‘법적대응’ 밝혀…재판 가도 승소 가능성 희박, 엄포용 해석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망언 논란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렇다면 민족을 폄훼하고 일제식민지를 정당화했다는 의혹은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까.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고위 공직자의 ‘법적대응’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고위 공직자들은 자신을 향한 불리한 보도가 나올 때 법적대응 검토라는 답변으로 빠져나가려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일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계속 이런 식으로 보도를 하면 “법대로 해보겠다”는 으름장은 나름대로 효과는 있다.
▲문창극 "일본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 문제의 발언 동영상(사진:KBS캡처)
보도 대상이 된 쪽에서 소송을 검토한다고 하면 언론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고위 공직자 법적대응 검토는 엄포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말로 억울하고 보도가 명백히 잘못돼도 재판 과정에서 합의를 통한 수습으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선에서 봉합되는 또 다른 이유는 명예훼손 소송이 지닌 특징 때문이다. 형법 307조를 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주목할 부분은 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은 물론 사실을 적시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형량이 센 편이다. 언론 입장에서도 만만찮은 방어막이 있다. 형법 310조(위법성의 조각)를 보면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법원은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공공성’에 무게를 둔 판단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문창극 후보자 사례는 어떨까. 문창극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이기에 언론 검증은 당연히 뒤따르는 수순이다. 검증을 받아야할 대상이 자신을 향해 불리한 보도가 나왔다고 명예가 훼손됐다며 법적대응에 나설 경우 언론의 검증기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 법원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한다. 법조계가 문창극 후보자의 법적대응을 보며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창극 후보자 입장에서 불리한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으로 뭇매를 맞기보다는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의 물줄기를 흔드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뭔가 억울한게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흐름을 이끌 수 있다. 문제는 후유증이 남는다는 점이다. 문창극 후보자는 평생을 언론인으로 살았던 인물이다. 언론 본연의 비판적 기능과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는 꼼꼼하고 깐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모를 리 없다. 평생을 언론인으로 살았던 문창극 후보자가 자신을 향한 불리한 보도에 법적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지금의 국면을 ‘정치 승부처’로 보고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도 후유증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 우려를 낳은 ‘망언’ 논란을 일으키고도 겸허하게 반성하기보다는 임기응변으로 빠져나가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설사 문창극 후보자가 난관을 뚫고 총리 자리에 오르더라도 소통하지 않는 공직자라는 이미지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남을 수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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