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수문장 경쟁, '대표팀 경험' 정성룡 VS '공인구 최소 실점' 김승규
축구대표팀 골키퍼 정성룡(왼쪽)과 김승규[사진=김현민 기자]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정성룡(29ㆍ수원) 대 김승규(24ㆍ울산). 축구대표팀의 골문은 누가 지켜야 하는가. 주전 수문장은 아직 없다. 골키퍼는 자주 바꾸지 않는 자리다. 감독이 결심하면 끝까지 간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러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을 하는 6월 18일(한국시간)까지 기회는 한 차례 뿐이다. 다음 달 10일 열리는 가나와의 친선경기가 마지막 시험대일 것이다.정성룡이 1순위다. 그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친선경기에 선발로 나가 끝까지 골문을 지켰다. 0-1로 졌지만 상대가 시도한 슈팅 여덟 개 가운데 두 차례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골대 근처로 파고드는 공중 볼도 몸을 날려 쳐 냈다. 전반 43분 주하이에르 다우아디(26ㆍ클럽 아프리칸)가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왼발 슛으로 넣은 결승골도 단독 돌파를 허용한 수비진의 책임이 크다.정성룡은 미국(2월 2일), 그리스(3월 6일)와의 친선경기를 포함해 최근 세 경기에 계속 나갔다. 가나와의 친선경기에도 선발로 나갈 가능성이 크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김봉수 축구대표팀 골키퍼 코치(44)는 "(김)승규를 교체로 넣으려고 했지만 경기 흐름 때문에 타이밍을 놓쳤다. 두 선수 모두 컨디션이 좋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정성룡은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줄곧 대표팀의 골문을 지켰다. 출전 횟수도 60경기로 대표팀 스물 세 명 가운데 박주영(29ㆍ아스날ㆍ62경기) 다음으로 많다. 경험이 풍부하고 킥이 정확하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45)은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2012 런던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데려갈 정도로 정성룡을 신뢰하지만 월드컵에 나가려면 경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김승규는 도전자 격이다. 반사신경이 뛰어나고 민첩하다. 국가대표로 뛴 경기는 다섯 차례 뿐이지만 나갈 때마다 돋보이게 선방했다. 패기와 밑져도 본전이라는 홀가분한 마음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그는 "순발력은 내가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정)성룡이 형도 장점으로 인정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승규의 추격은 경쟁에 익숙하지 않은 정성룡에게 부담을 주었다. 정성룡은 갑작스럽게 경기력 면에서 기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19일 러시아와의 친선경기에서는 벌칙구역 오른쪽에서 넘어온 땅볼 크로스를 놓쳐 1-2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러시아 매체 '스포르트-익스프레스'는 "한국 골키퍼의 잘못된 위치 선정으로 쉽게 득점을 했다"고 보도했다. 정성룡도 "너무 힘든 시간이다. 위기감을 느낀다"고 할 만큼 오랫동안 부진한 시기를 보냈다. 정성룡의 부진은 러시아와 재대결해야 하는 홍명보 감독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정성룡은 낮고 빠른 크로스와 슈팅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상대할 러시아와 알제리, 벨기에의 선수들은 대부분 킥이 정확하다. 더구나 브라질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는 이전보다 가볍고 반발력이 강해 공격수에게 유리하다. 김승규는 공인구에 잘 적응했다. 올 시즌 '브라주카'를 사용하고 있는 K리그 클래식에서 경기당 0.67골(12경기 8실점)로 정성룡(경기당 1골ㆍ12경기 12실점)을 제쳤다. 전반기 경기를 모두 뛴 골키퍼 여덟 명 가운데 가장 실점이 적다. 그는 "공격수가 제대로 슈팅하면 공이 무회전으로 날아와 막기 까다롭다"면서도 "미리 예측하고 움직인다면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다만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국제대회에서는 단기간에 장거리를 이동하고 경기 사이의 간격이 좁다. 주전 골키퍼는 냉정하고 판단력이 빨라야 한다. 김 코치는 "러시아 선수들은 자기에게 날아온 공을 잡아놓고 슈팅으로 연결하는 동작이 빠르고 정확하다. 그들이 슛할 수 있는 각도를 좁히고 한 발 앞서 슈팅 기회를 차단하는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표팀은 31일부터 미국 마이애미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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