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다음의 다음을 기대하며

김도현 국민대 교수

며칠 전 발표된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인수합병 역사에 남을 만한 사건입니다. 그동안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인수합병 사례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 분야 신생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설명하곤 했던 강의자료를 바꿔야겠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번 합병은 모바일이 웹을 뛰어넘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네이버에 비해 비교적 일찍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네이버의 장벽을 넘지 못한 다음으로서는 카카오와의 결합이 일종의 탈출구였을 겁니다. 모바일 메신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왕국을 건설한 카카오로서도 자신의 풍부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모바일 기반(라인과 밴드)으로 옮기기 시작한 네이버에 대응할 필요가 절실했을 것이고요.우리나라 모바일 메신저가 세계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올 3월 기준으로 세계 메신저 시장 1위는 무려 6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가진 중국의 위챗입니다. 텐센트라는 회사가 서비스합니다. 2위는 페이스북이 얼마 전 인수한 와츠앱으로 사용자가 4억5000만명에 달합니다. 3위는 바로 네이버의 라인입니다. 사용자가 3억5000만명이 넘습니다. 최근 일본의 라쿠텐이 인수한 바이버(3억명)가 그 다음인데 요즘 존재감이 크게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 뒤를 잇는 것이 카카오톡으로 약 1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라인이 카카오톡을 크게 앞서고 있는 셈이지만 두 기업 모두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 아직 진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 중 어느 하나가 이들 시장을 잡는다면 성패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비로소 우리나라의 IT 서비스가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역사가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하면서 중국 시장을 노릴 것이라는 것은 타당한 예측입니다. 이 과정에서 합병법인의 주요주주인 동시에 경쟁자가 될 텐센트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흥미진진합니다.세 번째로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은 서로 꽤 다른 두 문화의 결합 과정입니다. 두 기업은 모두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 보면 다음의 문화는 상당히 점잖은데 비해(서로 '님'이라고 부릅니다) 카카오는 좀 더 도전적인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서로 영어 이름을 부릅니다). 다음은 다른 기업들과 뚝 떨어진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직원들의 삶과 일의 조화를 추구하는데 비해 카카오는 IT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판교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슷하면서도 꽤 다른 두 문화가 과연 어떻게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지 조금 조마조마합니다. 사실 가장 신나게 느끼는 것은 이 합병이 우리나라에도 이제 연쇄창업의 순환 고리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지금의 네이버를 만든 주역입니다. 그가 네이버로 갖게 된 부에 안주하지 않고 회사를 떠나 후배들과 함께 새로운 창업을 실행한 것은 참으로 멋진 일입니다. 그에 대한 상찬의 뉴스가 넘쳐날 만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더욱 궁금해 하는 것은 다음의 이재웅 창업자가 어떤 행보를 펼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 합병이 그의 쓸쓸한 퇴장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미 다음세대재단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꿈의 일단을 드러낸 그가, 다음의 주주로서의 부담을 벗어 던지고 나면 뭔가 또 새로운 걸 만들어 내리라 기대해봅니다. 성공한 창업자들이 그 부를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옛날 방식 대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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