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김용준 5일만에 2기 안대희 6일만에…검사출신 도덕성발목 사전검증 부재 공통점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시계를 지난해 1월로 돌려보자. 당시 박근혜 당선인은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초대 총리로 지명했다.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 위원장은 소아마비를 앓은 장애인으로 사회적 약자의 상징성을 지녔다. 박근혜정부의 첫 총리로 지명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야당조차 인사청문회에서 강하게 나가기 어렵다고 했다. 청문회 벽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후보 지명 5일 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되기도 전에 자진사퇴했다. 두 아들의 병역면제와 1970년대 부동산 매입 등 재산증식 과정이 격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의 상징에서 특권층의 부정적 이미지로 바뀐 것이 결정타였다.안대희 후보자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안대희카드'는 예상가능한 시나리오였고, 2기 내각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평가될 만큼 매력적인 카드였다. 그는 '국민검사'라는 별칭을 가졌다. 대법관 퇴임 때 재산은 10억원에 불과했다. 여야 공수가 바뀌었던 2006년에 인사청문회를 거친 '청문회 재수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한편으론 보좌하고 한편으론 직언도 불사하는 강한 총리, 소신 총리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청문회의 무난한 통과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명 6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고액수임과 전관예우, 정치기부 논란에 가족 문제까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안대희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청렴과 강직의 이미지가 특권층의 부정적 이미지로 바뀌었다. 김용준 전 위원장과 비교하면 지명 후 사퇴시점은 하루가 더 길고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후라는 게 달랐을 뿐이다. "매우 안타깝다"는 청와대 반응도 똑같다. 초대 내각과 2기 내각의 첫 총리 후보자, 약자와 국민을 대변하는 검사 출신들이 모두 도덕성에 발목이 잡혀 지명 일주일도 안 돼 자진사퇴의 길을 걸었다. 안 전 후보자의 경우 36년의 공직생활 중 변호사 개업 이후 10개월간 벌어진 일이 문제였다. 청와대와 후보자,객관적 평가를 해줄 인물 등 몇 명만이라도 모여서 수임내역과 재산증식 과정을 보고 제대로 검증하고,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 이런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면 청와대의 눈높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고 여론의 재판과 청문회 통과도 자신했다면 인사참사에 대한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인사실패는 역대 정권마다 있어왔다. 그런데 유독 박근혜정부에서는 '인사실패'를 넘어 '인사참극', '인사참사'라는 극단적인 표현이 나온다. '안대희 사퇴'도 인사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인사참사가 계속되는 것은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지 않고 과거의 성공을 재연하려는 관성 때문이다. 검사출신 중용 같은 과거의 성공요인에 대한 맹신이 불러온 참사다. 경영학의 대가 게리 하멜은 "우리는 어제의 성공이 오늘을 담보하지 못하는 세상에 산다"고 말했다. 안대희 후보자는 자연인으로 돌아갔지만 '안대희 사퇴'는 청와대와 입각 희망자들에게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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