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세월호 참사의 폐해 중 하나는 사회의 '냉정함'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응징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심정의 공유가 사회전반에 흐르고 있다. 그렇게 목표는 설정되고 응징은 시작된다. '나홀로 탈출'을 감행한 이준석 선장과 기관장, 항해사들에 대한 사형은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사형도 부족하다면서 광장으로 나오게 해서 돌팔매질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병언 일가 재산을 모두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당연한 해법처럼 언급된다. 세월호 참사 책임당사자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흥분은 곤란하다. 지금은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식으로 죄를 묻는 시대가 아니다. 여론재판은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을 무너뜨리는 '사회의 독(毒)'이 된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가. 세월호 참사를 역사의 교훈으로 남게 하는 방법은 '성찰의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을 되짚어나가는 과정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누군가를 응징하고 난 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청와대, 정부, 정치권에서부터 깊은 성찰보다는 여론을 의식한 해법이 쏟아지고 있다. '유병언 특별법'을 통한 '유병언 일가' 재산 환수는 법적으로 타당한 주장일까.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은 헌법에 있는 법의 기본 중 기본이다. 누군가 미운 사람이 있다고 없는 법을 새로 만들어 과거에 한 행위의 잘못을 물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검찰은 유병언 일가를 향해 "법정 최고형을 받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검찰은 정치를 하는 곳이 아니다. 말을 세게 한다고 법적인 근거가 탄탄해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여론을 의식한 인기성 발언을 할 때가 아니라 적용한 법리에 허점은 없는지 꼼꼼하게 점검해야 할 때이다. 선장 등에게 적용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는 법리적으로 허점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은 이러한 지적을 곱씹어야 한다. 검찰의 법적 논리가 허술하면 오히려 책임 당사자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검찰 논리가 인정되지 않거나 생각보다 '약한 형량'이 선고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가서 검찰은 제대로 했는데 법원이 봐줬기 때문이라고 항변할 것인가.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법원에 현실적인 압박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국민 공분을 사는 사건의 경우 정치권이나 검찰은 여론을 의식해 강경 일변도 대응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 때 중심을 잡아줄 존재가 법원이다. 법원은 법적인 근거와 타당성을 철저하게 따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데 처벌이 약할 경우 자칫 누군가를 비호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법원의 곤란한 처지를 알고 있는지 법원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려는 이들이 있다. 재판을 하기도 전에 자신들의 논리로 결론을 내린다. 유병언 일가 재산을 환수하라고 요구하면 법원은 법리적인 허점과 무관하게 이를 따라야 할까. 그렇다면 판사는 왜 필요한가. 미리 정해진 각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판사가 아니라 연극배우가 더 잘하지 않겠나. 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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