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 개방, 충격 최소화 방안부터

정부가 쌀 관세(개방)화를 결정할 경우 국회에 보고하고 동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세계무역기구(WTO)에 개방 여부를 통보하기 이전에 임의로 동의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쌀 관세화를 결단할 시간이 임박했으며, 정치권도 책임있는 결론을 내야 한다는 압박의 뜻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로 우리나라의 2차 10년간 쌀 시장 개방 유예기간이 끝난다. 오는 9월까지는 개방 여부를 매듭지어 WTO에 통보해야 한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6월까지는 정부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6ㆍ4 지방선거 이후에야 국회 동의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면, 쌀 시장 개방 문제를 본격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은 3개월에 불과하다.  의견은 엇갈린다. 정부는 쌀 개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농민단체 등은 식량주권을 내세우며 반대한다. 일부 농민ㆍ시민단체는 어제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을 열고 쌀 관세화 철회를 요구했다.  쌀 시장 개방은 현실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문을 닫은 대가로 올해만 40만8700t의 쌀을 의무 수입해야 한다. 작년 쌀 생산량의 10%에 근접한 물량이다. 그 결과 대중음식점 등 대량 소비처 시장을 수입쌀에 내주는 꼴이 됐다. 재정 부담도 크다. 세계에서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필리핀뿐이다. 쌀 시장은 단순한 상품시장의 개방과는 다르다. 국민 정서가 있고, 농민의 피해가 우려된다. 국익 차원에서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막아 놓고 의무수입 물량을 늘려 갈 것인가, 열고 관세율로 조정할 것인가. 통상에 일방통행은 없다. 전략적 개방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국회에 떠넘길 생각을 하기 전에 농촌 피해 최소화 대책을 세우고 농민을 설득해야 한다. 정치권도 정부의 결정에 앞서 선도적 논의를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옳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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