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주연과 조연이 뒤바뀌고 있다. 투자자들이 고성장 성장주를 던지고 가치주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 페이스북, 트위터, 넷플릭스 등의 모멘텀주가 '한물 간' 종목이 된 것이다. 주식시장의 주연이었던 센티멘털(투자심리)이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자리를 내주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선진국의 자금도 신흥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나스닥을 중심을 한 미국 모멘텀주들의 폭락이 미국 증시의 폭락으로 연결돼 글로벌 자금 이제 신흥국으로 대거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 나온다. 최근 주식시장은 "선진국 증시의 모멘텀주 아웃퍼폼이 과도했느냐?"에 묵직한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의 평가는 유보적이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 3월부터 주식시장이 두 가지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나는 선진시장보다는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성장주와 가치주의 상대강도 측면에서 보면 어느 한 쪽으로의 쏠림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성장주 거품에 대한 논란은 SNS, 전기차, 바이오 등 크게 3가지다. 한국시장에서는 SNS에 대한 관심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인터넷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상승했으나, 이는 주식시장 상승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SNS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으나, 이는 2000년대 초중반 포털들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 수준이다.미국 성장주에 대한 고민은 한국시장에서는 NAVER에 대한 고민으로 압축될 수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와 비교했을 때 NAVER는 12개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나, 주가수익비율(PER), 주당매출액비율(PSR) 등에서는 저평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향후 라인에서의 성장성은 애널리스트들의 평가 영역으로 남겨두나, 상대적으로 투자매력이 떨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최근의 글로벌 자산 가격의 움직임만 보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신흥국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주 선진국 증시는 2.3% 하락한 반면, 신흥국은 1.3% 상승하면서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스닥을 중심을 한 미국 기술주들의 폭락이 미국 증시의 폭락으로 연결되고 글로벌 자금은 이제 신흥국으로 대거 이동할 것인가? 우리는 나스닥 폭락이 전반적인 미국 증시폭락과 선진국 증시의 폭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고, 신흥국으로의 자금이 대거 이동하는 것도 아직 이르다는 기존의 전략을 유지한다.첫째 이유는 미국 기술주를 비롯한 나스닥의 주식들이 과열된 것은 사실이지만, 1990년대말의 IT 버블붕괴와 같은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나스닥 지수의 단순 PER이 35.13배(과거 10년 평균 31.4배)로 2000년초 IT버블 때 나스닥지수의 100배를 넘었던 상황과 비하기 어렵다. 다우와 S&P500의 일부 전통산업 주식도 더 이상 저렴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증시 전체가 고평가된 것은 아니다.또 미국, 유로존, 일본 등 각국 정부의 우호적인 통화정책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미니 경기부양책과 지급준비율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미 연준 의장의 초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는 발언, 유로존과 일본의 양적완화 기대감 등으로 선진국의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대외환경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성장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다. 미국의 주식이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 기업환경 개선이 추세적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성장 모멘텀은 여전히 기대할 만하다고 판단한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가계부문과 기업, 금융 할 것 없이 정부부채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문에서 대규모 디레버리징 작업을 진행하여 왔다. 또한 미국은 양적완화로 돈이 풀리면 자금이 중견이하 기업으로 전파될 수 있는 다양한 채널(하이일드 시장, 레버리지론·시니어론·CLO)을 보유하고 있어 기업들의 양호한 자금조달 환경도 계속되고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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