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개월 걸린 '손톱 밑 가시 뽑기'

오는 10월부터 머리 만지는 미용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네일 미용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손ㆍ발톱을 다듬고 관리하는 네일 미용사 국가기술자격증이 따로 마련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어제 네일 미용사 자격증을 신설하는 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금까진 네일 미용업에 대한 자격 규정이 따로 없어 네일 미용사가 되려면 일반 미용사 자격증을 따야만 했다. 네일샵을 여는 데 네일 미용사 자격증만 따면 되기까지의 과정은 우리나라에서 규제완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61년 미용사법(공중위생관리법)이 생길 때만 해도 네일 미용이란 업종은 없었다. 네일 미용이 여성의 신직업으로 부상한 것은 외환위기 때로 현재 1만12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2008년 피부관리업이 미용업에서 따로 떨어져 나가자 네일업계도 업종 분리를 요구했다. 대선 직전인 2012년 말 네일사업자들이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선거 직후인 2013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박근혜 당선자의 규제완화 의지에 맞춰 '손톱 밑 가시' 정책 중 하나로 선정했다.  '2013년 7월 복지부의 공중위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및 박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 뽑기의 좋은 사례 언급→2013년 9월 공중위생법 시행령 개정→2014년 4월 고용부의 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7월 개정안 시행→10월 첫 자격시험' 등 규제완화 과제로 선정된 뒤 실제 시행에 이르기까지 20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관련 업계가 들고 일어나고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한 것조차 이 지경이니 다른 규제를 푸는 데에는 얼마나 지난한 절차와 시간을 필요로 할까. 불필요한 기술ㆍ자격을 요구하거나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정은 이밖에도 많다. 화장품법은 화장품 판매업자에게 정신과 진단서를 요구한다. 방앗간과 떡집에서 찾아오는 손님에게 떡을 팔 수는 있으나, 배달하면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뷔페식당에선 반경 5㎞ 이내 제과점 빵만 사야 한다는 내용도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회의가 생방송되는 바람에 알게 됐다. 더 이상 낡은 규정이나 제도적 허점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내몰아선 안 된다. 공직자들이여, 책상에 앉아 문서에 빨간 줄만 긋지 말고 현장으로 나가라.<ⓒ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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