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바로미터 강남3구 2選] 멈칫한다, 재건축

주민들이 대부분 이사를 끝낸 가락시영아파트 모습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올 초 시세가 1억 이상 오른 후 가격 조정기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2ㆍ26대책' 발표 이후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고가주택 시장이 위축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 첫주 매매가 변동률은 ▲송파구(-0.11%)와 ▲강남구(-0.02%)에서 하락했다. 가락동 가락시영1ㆍ2차는 지난주에만 500만~1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추가분담금 여파로 급매물이 늘어난데다 대법원의 사업시행계획 취소 판결로 인해 하락폭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잠실동 주공5단지도 거래가 뜸해지자 가격 조정된 매물이 출시되면서 2000만원 가량 시세가 내렸다. 강남구에서는 개포동 개포주공1ㆍ4단지 시세가 250만~2000만원 가량 떨어졌다.가락동 B공인대표는 "추가분담금 발표 이후 매물이 넘치는 상황에서 사업승인 취소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는 바람에 매수문의는 없고 주민들이 궁금해하는 전화만 넘쳐나고 있다"며 "가격 낮춰서라도 팔아야겠다는 집주인이 많아서 좀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조합설립 이후 가격이 치솟았던 잠실주공 아파트도 3월 들어 거래건수가 급감했다. 전월세 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후 수요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겹친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올 초 잠실주공 112㎡의 11억5000만원 대에서 매매되던 것들이 지금은 11억2000만~11억3000만원대로 시세가 형성돼있다. 잠실 B공인 대표는 "1월에 14건, 2월 17건이 거래됐다가 3월 들어서 5건으로 줄었다가 4월부터 추진속도가 빨라질 거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다"며 "전월세 임대 과세 방안이 6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투자가치 없는 아파트 단지는 분위기가 많이 나쁜 편"이라고 말했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경

지난달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 사업의 포문을 연 압구정 일대도 비슷한 분위기다. 안전진단 통과 후 시세가 1억원 넘게 오른 이후 가격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신현대 85㎡의 경우 안전진단 통과 전에는 12억 후반이었던 시세가 14억원까지 치솟았다.압구정 N공인 대표는 "6월 선거까지 매도인들은 금액을 내리지 않고 매수인들도 관망세를 유지할 것 같다"며 "거래 급감까지는 아니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반포동 재건축 단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반포주공1단지 72㎡의 경우 11억50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돼있다. 11억4000만원에 거래가 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 10억5000만원대에 형성돼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1억원 가까이 올랐다. 반포 A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단기간에 갑자기 오르면서 숨고르기 하는 것 같다"며 "재건축 단지 가격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문의하는 수요자들도 종종 있지만 분위기는 조용하다"고 덧붙였다.이밖에도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재건축 분담금, 초과이익환수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올 초 국토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를 위해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야 해서 사업 추진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 재건축 추진단지들이 잠시 조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 분담금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쳤는데 연말까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야 초과이익환수를 면제받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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