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두뇌 해외유출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오늘 발표한 국가별 '두뇌유출 지수'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4.63으로 조사대상 60개국 중 37위를 기록해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다. 0부터 10까지 값을 갖는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근무하는 인재가 많다는 뜻이다. 인문사회과학 분야도 포함하지만 어느 나라나 이 분야 인재의 해외근무는 그리 많지 않으므로 이공계 두뇌의 해외유출 정도를 알게 해주는 수치인 셈이다. 두뇌유출이 적은 순서로 1위는 노르웨이(8.04), 2위는 스위스(7.6), 3위는 스웨덴(7.51), 4위는 핀란드(7.28), 5위는 미국(7.11)이다. 최하위인 60위는 불가리아(1.68), 59위는 베네수엘라(1.83), 58위는 헝가리(2.31), 57위는 폴란드(2.33)다. 대체로 선진국이나 강소국은 상위에, 개발도상국이나 경제구조 취약국은 하위에 포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순위가 2011년 44위, 2012년 49위에 이어 지난해 37위로 오른 것은 고무적이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세계 최상위권인데도 두뇌유출이 많은 나라로 꼽히는 것은 문제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 R&D 지출의 총규모는 세계 6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세계 2위다. 두뇌유출의 주된 이유는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국내에 남아 연구개발에 전념하도록 유도할 정도로 국내 연구개발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 등 금전적 처우가 미흡해서만이 아니다. 공기관이든 민간기업이든 조직을 우선하는 관료적 문화가 연구개발자 개인의 창의성이나 노력, 성취를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억압하는 분위기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두뇌유출을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다. 해외에 나가 지식을 업데이트한 연구개발 인력이 다시 돌아오면 국내 과학기술과 그 산업적 응용을 촉진하는 자극제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되게 하려면 이공계 인재들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뜻을 펼 수 있게 하는 연구개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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