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1번째 FTA…내실 다질 때다

박근혜 대통령과 토니 애벗 호주 총리가 오늘 정상회담에 이어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했다. 협정은 하반기에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내년 중 발효될 전망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한ㆍ칠레 FTA를 시작으로 47개국과 11건의 FTA를 체결한 국가가 됐다. 호주와의 FTA 협상은 사실상 지난해 말 타결됐다. 그동안 한미FTA 수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조항 포함 문제를 놓고 벌여온 막바지 협상을 매듭지었다. 협상이 빠르게 마무리된 것은 미국ㆍ일본 등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호주가 한ㆍ중ㆍ일 3국을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선택한 것과 관련이 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7일부터 일본과 한국, 중국을 순차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한ㆍ호주 FTA가 발효되면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철강 등의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자동차에 변수가 생겼다. 호주와 일본이 어제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을 타결한 것이다. 양국은 쟁점사항이었던 호주산 쇠고기와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 인하 및 철폐 문제에 합의했다. 올여름 서명 절차를 거쳐 내년 중 협정을 발효시킬 예정이다. 이로써 한국과 일본 자동차는 호주 시장에서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됐다. 총성 없는 무역전쟁의 현장이다.  한국은 미국ㆍ유럽연합ㆍ아세안 등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FTA 대국'이다. 그에 따른 FTA 경제 영토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7.3%에 해당한다. 그동안 FTA가 교역 확대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7개국과 협정을 맺고도 우리나라 실질 성장률은 내리막길이다. FTA 수혜 품목의 소비자가격 인하도 기대에 못 미친다. 중소기업들은 FTA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체결국마다 원산지 규정과 통관절차 등이 달라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 탓이다. 올해로 FTA 시대 10주년이다. 속도와 양적 확장 못지않게 내실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와 중소기업이 FTA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수출 중소기업에 현장밀착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농축산물 개방에 따른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다. FTA 효과, 국민후생 증진과 산업경쟁력 향상으로 입증할 때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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