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정산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가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시스템에 신자들이 낸 기부금 내역을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종교단체의 기부금 등록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서울ㆍ인천 지역 천주교 신자들은 해당 성당을 가지 않고도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기부금 내역을 출력해 제출하면 된다. 기부자에 대한 서비스 단계를 넘어 불문율로 간주돼온 종교계 재정의 투명화 차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자들이 내는 헌금과 십일조, 시주금 등으로 재정의 대부분을 충당하는 현실에서 기부금 내역 등록은 곧 해당 종교단체의 수입을 가늠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천주교 서울ㆍ인천교구만 349개 본당에 신자가 189만명이다. 나머지 14개 교구로 확산되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동안 연말정산 때 기부금 소득공제와 관련해 잡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일부 근로소득자들이 기부금을 부풀리거나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제출해 공제 혜택을 받았다. 세무당국이 확인한다지만 표본조사나 의심이 가는 경우에 그쳤다. 천주교 교구의 이번 기부금 등록은 기부금 관련 공제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를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재작년 근로ㆍ사업소득에 대한 연말정산 때 기부금 신고 금액은 종교기부금을 포함해 5조5700억원이었다. 세금과 관련해 종교단체는 '성역'으로 여겨져왔다. 신부ㆍ목사ㆍ스님 등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안이 몇 차례 거론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가 2015년부터 종교인 소득에 일률적으로 4.4%의 세금을 매기는 안을 냈으나 일부 종교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국회가 처리하지 않고 있다. 물론 모든 종교인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천주교는 1994년부터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대한성공회도 2002년 동참했다. 일부 개신교 교회와 사찰도 자신신고 형태로 소득세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천주교 교구의 자발적인 기부금 등록은 의미가 큰 진전이다. 다른 종교단체로 확산하길 기대한다. 신자들이 종교단체에 헌납하는 돈은 소득세법상 기부금이다. 이 기부금은 소득공제 등 세금 혜택을 받기 때문에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 그리고 그 지출과 관련된 납세 의무 또한 이행되는 것이 조세의 형평성과 공정성, 그리고 사회정의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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